직장인 이모 씨(33)는 지난달 개인 간 거래(P2P) 대출회사에서 1000만 원을 빌려 8개월 넘게 쓰고 있던 신용카드 대출을 바로 갚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4등급으로 낮은 이 씨는 올해 초 이사 비용으로 쓰려고 연리 19%의 신용카드 대출을 받았다. 이 씨는 “최근 신용등급이 낮아도 P2P 회사에서 연 10%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대출을 옮긴 뒤 매달 이자 부담이 7만5000원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4∼7등급인 중(中)등급 신용자들이 P2P 대출을 통해 ‘대출 이자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출 등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제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았던 이들이 빠르게 P2P 대출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 카드론에서 옮긴 고객이 53%
2일 동아일보가 개인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8퍼센트’ ‘렌딧’ ‘어니스트펀드’ 등 주요 P2P 대출회사 3곳과 함께 각사의 대출자를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기존 빚을 상환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8퍼센트를 통한 대출은 전체의 46%가 기존 빚을 갚기 위한 ‘대환(貸環)대출’로 집계됐다. 렌딧과 어니스트펀드에서도 대환대출의 비율이 각각 43%, 49%로 가장 많았다.
특히 모바일에 익숙한 30, 40대의 대출 갈아타기가 두드러졌다. 렌딧의 경우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은 고객 중 30대가 63.8%, 40대가 26.5%였다. 30, 40대가 전체 고객의 90%를 넘어선 것이다. 업계는 P2P 대출이 주로 페이스북 등과 같은 모바일 채널을 통해 알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카드론으로 빌린 돈을 갚으려는 이들의 비중이 높았다. 렌딧의 대환대출 고객 중 절반이 넘는 53.1%가 카드론에서 갈아타는 고객이었다. 캐피털과 저축은행에서 옮겨 온 고객은 각각 20.6%, 15.4%였다. 렌딧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즉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카드론을 많이 사용하는데, P2P 대출 고객의 경우 즉시성에 더해 보다 더 합리적인 금리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기존 대출을 대환해 이자 부담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이자 비용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어”
P2P 대출 업계는 기존 금융권과의 이자 차이를 집중 홍보 중이다. 8퍼센트와 렌딧에 따르면 2금융권에서 P2P 대출로 갈아탄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대출 금리는 평균 10% 안팎이다. 대부분의 대환대출 고객이 기존 대출에 대해 20% 안팎의 이자율을 부담하고 있던 것을 감안하면 10%포인트가량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로 렌딧의 경우 대환대출 고객이 이전에 부담했던 평균 금리는 19.69%로 조사됐으며, 8월 기준으로 대환대출 고객에게 적용되는 평균 금리는 11%다. 1000만 원을 빌리면 연간 8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8퍼센트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5등급만 돼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고 대신 캐피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한다”며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중등급 신용자들이 P2P 대출로 바꾸면 이자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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