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 악재 늑장공시한 한미약품 내부자거래 의심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00시 00분


 바이오 신산업 기대주 한미약품이 지난주 17시간의 시차를 두고 ‘대박 공시’와 ‘쪽박 공시’를 번갈아 내놔 시장의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0분 “미국 제넨텍사에 항암 신약물질을 1조 원에 팔기로 했다”고 공시하더니 30일은 개장 후 30분이 지난 오전 9시 30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작년 7월 한미에서 사들인 항암 신약 관련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30일의 공시는 이 회사 관련 수입이 8000억 원에서 700억 원으로 줄어드는 대형 악재다. 전날 공시된 호재만 보고 이날 오전 9시부터 30분 동안 주식을 샀던 상당수 투자자들의 손실이 늘어났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어제 베링거인겔하임 관련 악재를 늦게 공시한 데 대해 절차가 지연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이 포기한 신약은 지난해 한미약품의 주가를 크게 끌어올린 3세대 폐암 치료제다. 한미약품은 계약의 중대한 변화를 공시 전날인 29일 오후 7시 6분에 e메일로 받고도 즉각 조치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7시 공시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직접 공시했다면 불공정거래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놓고 “당직자에게만 맡길 수 없어 공시가 지체됐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미공개 정보로 부당 이득을 챙긴 한미약품 연구원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한 것이 공교롭게도 지난달 29일이다. 연구원의 사례는 개인 차원 비리였지만 이번은 그보다 범위가 넓은 조직적 불공정거래라는 의심이 든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내부자 거래가 없었는지 내부자의 지인과 기관투자가 등으로 넓혀 의혹의 뿌리를 파헤쳐야 한다.

 바이오산업이 차세대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몇몇 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것보다 국내외 시장에서 꾸준한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바이오 분야에 40년 이상 공들인 한미약품이 스스로 이 신뢰의 탑을 무너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미약품#불공정거래#바이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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