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의도적인 늑장 공시 의혹을 받고 있는 한미약품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및 공정고시 위반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 또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 한미약품 임직원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에도 착수했다.
○ 금융당국, 한미약품 조사 들어가
채현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부장은 2일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6분경 독일계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신약 항암제 관련 계약 파기 통보를 받았다”며 “이를 30일 오전 9시 장 시작 전에 공시할 수 있었지만 오전 9시 29분에야 공시를 했다”고 밝혔다. 채 부장은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이런 상황의) 고의성 여부와 본격적인 제재 여부를 밝히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공정고시 규정 위반으로 드러나면 한미약품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또 최대 1억 원에 달하는 과태료와 벌점을 받게 된다. 벌점이 1년간 15점이 넘는 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김재식 한미약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약 개발 계약 파기는 거래소 야근 당직자가 처리하기 어려운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해 이튿날 거래소를 방문해 거래소 공시 담당자와 협의 후 공시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상장사는 거래소에 찾아오지 않고 회사에서 공시시스템에 접속해 공시를 올릴 수 있다”며 “공시는 마감 시간이 따로 없어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든 ‘올빼미 공시’가 가능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 한미약품 정보 샜나 공매도 사상 최대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한미약품 임직원의 주식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량이 10만4327주로 2010년 7월 상장 이후 최대 물량인데 주가 급락에 따라 이득을 본 세력이 있을 것으로 분석돼서다. 한미약품의 올해 하루 평균 공매도량은 4850주였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측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되사서 갚고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30일 한미약품이 악재를 공시하기 직전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는 최대 20% 이상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약품 주가는 제넨텍과의 기술 수출 계약이 발표된 다음 날인 30일 개장 직후 전일 종가 대비 3만4000원 오른 65만40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이 항암제 신약인 ‘올무티닙’ 기술 수출 계약을 해지했다는 사실이 9시 29분 공시되면서 연중 최저치인 50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개발 권리를 반환한 것에 대해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를 당초 예상보다 빨리 미국에서 시판한 영향이 크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무티닙을 투여받은 환자 731명 중 3명에게서 부작용이 발생해 이 중 2명이 사망(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1명)했다며 올무티닙을 새로운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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