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설립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사회과학 분야 최초의 ‘싱크탱크’로 꼽힌다. KDI는 1972년 시작된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경제계획과 정책 수립을 지원했다. 3차 계획이 주요 목표로 잡은 중화학공업화가 1차 오일쇼크 같은 악재를 극복하고 연평균 9.7%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KDI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지금은 시도에도 ‘○○개발연구원’이나 ‘△△발전연구원’이 가동되고 유력 대선주자들도 싱크탱크를 만든다.
▷‘국책 연구기관’이나 ‘관변 싱크탱크’에는 경제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제시하는 관행이 있다. 언론은 이들 연구기관의 성장률을 기업 연구소의 수치와 함께 실어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지 오래다. 각종 국제행사나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일도 관변 싱크탱크의 주요 업무다. ‘경제적 파급 효과’나 ‘생산 유발 효과’ 같은 용어를 들먹이며 몇천억 원에서 몇조 원의 이익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3년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 1159억 원의 경제 효과를 거둔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국회예산정책처는 852억 원의 국가적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계산했다. 연구원이 발주처의 입김을 의식한 것인지, 분석틀이 잘못된 것인지, 전제로 삼은 기본 수치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전망이 왜 틀렸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없다.
▷사회과학 이·공학 의학분야 전문가 100명이 참여한 사단법인 FROM100(대표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창립됐다. 미래(Future) 사회가 당면할 위험(Risk)과 기회(Opportunity)를 분석해 정책을 제안(Movements)하려는 중견학자들의 모임이다. 이들이 내놓은 10대 제언의 첫째 항목이 ‘경제의 탈정치화’다. 경제 현안만큼은 정치 이념을 배제하고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안을 제안하더라도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으로 흐르면 실행이 어렵다. 정치에 예속된 경제를 독립시키는 방안부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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