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생수병에 꽂아 마시는 신개념 티백 ‘티업’ 개발 김범수 대표

  • 동아경제
  • 입력 2016년 10월 5일 14시 22분


㈜티업(Tea-Up) 김범수 대표. 사진 촬영·제공=에머슨케이(EMERSON K)
㈜티업(Tea-Up) 김범수 대표. 사진 촬영·제공=에머슨케이(EMERSON K)
몸에 예민한 시대다. 가습기 살균제, 치약에서 독성 물질이 나오고, 정수기에서는 중금속이 검출된다. 먹고 마시는 일상행위가 더이상 ‘일상’이 아닌게 되어 버렸다.

㈜티업(Tea-Up) 김범수 대표(39)는 ‘몸’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김 대표는 세계 최초로 생수병에 꽂아 마시는 신개념 티백 제품을 만든 장본인이고, 철인 3종경기 풀코스를 11시간 13분 만에 완주한 ‘아이언맨’이기도 하다.

‘철인’이 만든 신개념 건강차(茶)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적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사업에 몰두하느라 3~4년 정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김 대표는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체구를 자랑했다.

세계 유일 냉차 우려내는 독창적 용기 제조기술 보유…“짝퉁? 쉽지 않을 겁니다”




-‘티업’제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티업은 세계 최초로 생수 병뚜껑 모양으로 만들어진 티백 제품입니다. 차를 마시기 위한 별도의 도구없이 티업을 생수에 꽂기만 하면 누구나 간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티업의 기술 노하우인 무가공 방식이 적용돼 찬 물에서도 차 본연의 맛이 그대로 우러나며 차의 고유성분이 변질되지 않는 장점을 갖췄습니다.”

- ‘티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느날 우연히 한 여성이 생수병에 티백을 집어넣고 마시려다 실이 끊어지고 내용물이 흘러나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 ‘티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또, 생수병 뚜껑 결착 사이즈가 전세계 공용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상품성도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 ‘티업’의 외관을 보면 쉽게 ‘짝퉁’이 나올법도 한데?

“‘티업’제품의 핵심은 생수 병뚜껑 모양으로 만든 용기 기술입니다. 특허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PP(폴리프로필렌)재질의 용기와 부직포가 붙어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입이 닿는 부분이라 접착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용기와 부직포를 함께 사출해 낸 것입니다.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절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고난이도 기술입니다.”

- 그래도 ‘짝퉁’이 나올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용기와 부직포를 접착제로 이어붙이는 ‘짝퉁’제품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짝퉁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희 제품을 모방한다는 건, 그만큼 저희 제품을 인정한다는 뜻도 되니까요. ‘짝퉁’ 걱정을 하는 시간에 신제품을 만들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산 유기농 원재료만 고집…합성첨가물 없는 ‘내츄럴 차음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티업 제품들. 사진 촬영·제공=에머슨케이(EMERSON K)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티업 제품들. 사진 촬영·제공=에머슨케이(EMERSON K)
순수자연주의 기업을 표방하는 ㈜티업은 2014년 9월 설립돼 갓 두 돌을 넘긴 스타트업(Start-Up)이다. 직원수는 14명. 생수병에 꽂고 마시는 신개념 티백으로 ‘음료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고 있다.㈜티업은 생수병 뚜껑 모양의 용기를 개발하고 자동화 설비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 지난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보리차 옥수수차(대용차류), 헛개차 우엉차 돼지감자차(기능성 차류) 등 5개 제품을 생산한다. 현재‘티업’제품은 롯데백화점(본점),갤러리아백화점(압구정본점, 수원점), 왓슨스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달부터는 올리브영에도 입점한다.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티업의 ‘리얼보리차(3gx6개입)’의 가격은 4,600원이다. 1개당 800원 선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녹녹치 않은 가격이다. 가격적인 부담이 있을텐데도 100% 국내산 농산물 원재료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 국산 유기농 원재료만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지난 2010년부터 3년 간 네팔에서 도자기 공장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우울증이 심해 건강을 크게 해쳤습니다. 그 때 네팔직원들의 권유로 히말라야 유기농 차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놀라운 효능을 체험했습니다. 유기농 차는 음료가 아니라 ‘생약’이라는 걸 알게됐습니다. 몸이 불편하시던 아버님께도 보내드렸는데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히말라야 유기농 차를 수입하려 했는데, 국내 유통사로부터 번번히 퇴짜를 맞았습니다. 오기가 나서 내가 직접 한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국산 유기농 원재료를 사용하는 건 몸에 좋은 차가 진짜 차라는 신념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냉차 음료와 티업의 차이점은 무언가요?

“티업 제품은 고온 살균처리과정 시 영양소가 파괴되는 합성 가공음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차를 우려내는 기존의 고온 중탕 방식을 벗어나 차가운 물에서도 최적화된 차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추출 노하우로 개발된 건강한 제품입니다. 또 실제로 끓는 물에 넣어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등 식약청 식음료용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 티업의 주 고객층은?

“티업의 주 고객층은 젊은 여성, 가정주부 입니다. 캠핑, 자전거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분도 많이 찾습니다. 당뇨 등 건강을 생각하는 중년층의 구매도 있구요. 돼지감자차의 경우는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천연 인슐린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여성의 경우 분주한 일상생활 속에서 가족의 건강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재구매율도 높게 나옵니다. 위생상의 문제로 1회 사용을 권하지만 보통 2~3번을 사용해도 차 맛이 그대로 납니다. 그래서 가정집에서는 보통 2ℓ생수병에 꽂아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사용하고 남은 차를 잘 말린 후 신발장·냉장고 탈취제로 쓰거나, 입욕제로 사용한다고 하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는 겁니다.”

KBS 1TV ‘나는 농부다 시즌2’ 촬영을 하고 있는 김범수 대표. 사진제공=㈜티업
KBS 1TV ‘나는 농부다 시즌2’ 촬영을 하고 있는 김범수 대표. 사진제공=㈜티업
- 일부 생수병에는 티업 제품이 잘 맞지 않는 소리도 있습니다.

“PB제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숏캡 생수병 뚜껑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숏캡 생수병에도 티업 제품을 꽂을 수 있도록 젠더를 개발중에 있습니다. 시제품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와함께 텀블러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티클립도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KBS1 TV ‘아이디어 대한민국-나는 농부다 시즌2(이하 나는 농부다2)’에 출연하고 계시는 걸로 압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 주시죠.

“티업의 지향점과 ‘나는 농부다2’의 기획 의도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인천지역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경쟁률이 900대 1 이었습니다. 티업은 독창적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 우리 차 농가와의 상생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길 속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철인3종경기 풀코스 11시간 13분만에 완주… “시련을 이겨내는 힘 길렀다”

앞서 잠깐 소개했지만 김 대표는 철인3종경기 매니아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지난 2010년 제7회 대구광역시배 전국트라이애슬론대회 동호인 엘리트부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10년과 2011년 제주 국제아이언맨 대회에서 2년 연속으로 풀코스(수영 3.8km, 자전거 180km,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해 철인에 등극했다. ‘철인(아이언맨)’이라는 칭호는 ‘풀코스’완주자에게만 주어지는 훈장이다. 현재 김 대표는 사단법인 한국철인3종협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다.

- 철인 3종 경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 수영선수를 했고, 무엇보다 호기심이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철인 3종 경기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경력은 한 10년 정도 됩니다.”

2011년 제주 국제아이언맨 대회에서 풀코스(수영 3.8km, 자전거 180km,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해 철인에 오른 김범수 대표. 사진제공=㈜티업
2011년 제주 국제아이언맨 대회에서 풀코스(수영 3.8km, 자전거 180km,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해 철인에 오른 김범수 대표. 사진제공=㈜티업
- 철인 3종 경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마라톤은 1등에게만 테이프를 끊어줍니다. 철인3종 경기는 다릅니다. 1등부터 꼴찌까지 모두 테이프를 끊어줍니다. 풀코스의 경우 아침 7시에 출발하면 밤이 돼서야 결승선에 들어옵니다. 자정이 되도록 뛰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승선에 도착하면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힘들지만 정말 매력이 있는 운동입니다.”

- 철인 3종 경기와 사업과의 연관성이 있을까요?

“철인 3종 경기는 매 순간 참고 견디는 싸움입니다. 수 십번의 고비를 넘겨야 결승선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티업’을 시작한 지난 2~3년 간 정말 힘들었습니다. 한때 어머니가 등을 돌리시기까지 했어요. 돈 아끼려고 보증금이 싼 월세방으로 혼자 트럭에 짐 싣고 이사를 다니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험담이나 이간질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철인 3종 경기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수없이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새 결승선이 보인다는 걸 몸으로 체득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틀린 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고 싶습니다.”

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평은 대체로 후한 편이다. “물이 비려서 항상 보리차나 녹차를 끓여 먹었는데 편하고 좋다”, “아이디어가 매우 좋다”, “다이어트에 좋고 건강해 질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하지만 “가격이 조금만 착했으면 좋겠다”, “차가 우러나는데 시간이 걸린다”, “일반 생수병 이외에는 맞지 않는다”등의 목소리도 있다. 이 또한 티업과 김 대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 같다.

㈜티업(Tea-Up) 김범수 대표. 사진 촬영·제공=에머슨케이(EMERSON K)
㈜티업(Tea-Up) 김범수 대표. 사진 촬영·제공=에머슨케이(EMERSON K)
“사업자금 대출 너무 어려워…창조경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벤처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고 성장해야 가능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정작 사업자금 대출 받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막 신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시작하려는 사람 앞에서 매출 규모와 신용 등급부터 따지고 듭니다. 회사의 사업성과 성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되는데, 서류에 적혀 있는 숫자에 중점을 둡니다. 정부는 말로만 창조경제를 외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규제 완화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젊은이들이 창업을 꿈꾸고, 목표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 겁니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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