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잔류 여부 관계없이 표시”… 野의원 식품위생법 개정안 발의
식품업계 “상세한 기술 어려움 있어”… 美등서는 “유해성 과학적 증거 없어”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둘러싼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표시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반대로 유력 과학자들이 GMO의 안정성을 옹호하고 나서 국내와 해외의 GMO 논의 방향은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 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제조, 가공한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나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3% 넘게 남아 있으면 GMO로 표시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GMO의 대부분이 콩과 옥수수인 것을 감안하면 물엿 등 전분당과 식용유가 주요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도 6월 한층 강화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GMO를 원재료로 썼다면 원재료 유전자변형 단백질과 DNA의 잔류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GMO로 표시하도록 했다. 강화된 표시제를 두고 5일 식품업계에서는 “현재 기술로 DNA 추출이 어려운 부분까지 표시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5일 YMCA, 소비자시민모임, 아이쿱생협,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GMO 완전표시제를 위해 국회에 입법청원을 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6월 서울에 거주하는 소비자 4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4%는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GMO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2012년 프랑스 칸대학의 질 에릭 세라리니 교수의 연구다. 그는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2년간 먹은 쥐가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먹지 않은 쥐보다 간, 신장의 손상이 많고 종양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표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술지 게재가 취소됐지만 프랑스 정부는 GMO 금지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올해 6월 말 노벨상을 수상한 유력 과학자 107명은 GMO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리처드 로버츠와 필립 샤프 등은 “GMO를 섭취한 사람이나 동물에서 어떤 부정적 결과가 나온 적이 없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농작물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GMO가 아프리카 기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립과학원(NAS)도 GMO를 찬성하는 쪽이다. NAS는 올해 5월 발표한 ‘유전자변형식품: 경험과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식용으로 판매하는 GMO는 섭취해도 문제가 없고 GMO가 암, 비만, 신장병, 자폐증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70여 명의 연구자가 지난 20년간 발표된 900여 편의 연구논문을 검토한 후 내린 결론이다.
GMO는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유엔은 2050년에 세계 인구가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때문에 식량 수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GMO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주장의 핵심이다. 특정 기능을 강화한 작물을 생산할 수도 있다. 비타민A가 부족한 아동을 위해 비타민A 성분을 강화한 ‘황금쌀(golden rice)’이 대표적 예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GMO가 생산된 지 20년이 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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