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LG화학 폴란드 배터리 공장 건설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1위가 되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5일(현지 시간) 폴란드 코비에르지체에서 열린 ‘LG화학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이 공장을 유럽 지역 핵심 거점이자 자동차 부품 분야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이웅범 LG화학 사장(전지사업본부장)을 비롯해 LG 경영진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부총리, 홍지인 주폴란드 대사 등 정부 인사도 참석했다.
구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차세대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과거 △충북 청주 오창 공장 기공식(2009년) 및 준공식(2011년) △미국 홀랜드 공장 기공식(2010년) △중국 난징(南京) 공장 준공식(2015년) 등 LG화학의 모든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 및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이날 폴란드 공장 기공식도 직접 챙겼다.
○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집념
LG그룹은 1992년 당시 그룹 부회장이던 구 회장의 지시로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다. 구 회장은 당시 출장길에 영국 원자력연구원에 들렀다가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와 관련 계열사에 2차전지를 연구하도록 했다.
구 회장은 2차전지 사업을 신(新)성장동력으로 정한 뒤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2005년 2차전지 사업이 연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을 때도 “이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임직원을 다독였다. 현재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2013, 2015년)를 차지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폴란드 공장 건설은 LG화학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이번 기공식은 폴란드 공장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및 부품 생산의 메카로 만들 것을 선포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강조했다.
○ 유럽 최대 생산능력, 최초의 완결형 생산기지
이날 착공한 공장은 폴란드 남서부 코비에르지체 ‘LG 클러스터’ 안에 4000억 원을 투자해 건설된다. 축구장 5배 이상 크기인 4만1300m²(약 1만2493평) 규모로, 내년 하반기(7∼12월)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가 최종 완료되는 2018년 말엔 한 번 충전 시 32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전기차(EV) 기준으로 연 10만 대 이상 분량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배터리 전극(셀을 구성하는 요소)부터 셀, 모듈, 팩까지 모두 생산하는 유럽 최초의 완결형 생산기지이자 최대 생산공장이기도 하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지난해 3분기 기준)은 일본 AESC(23.5%), LG화학(16.6%), 중국 BYD(15.1%), 파나소닉(13.7%), 삼성SDI(12.5%) 순이다. BYD는 중국에만, AESC는 일본에만 공장이 있다. 파나소닉은 일본 가사이에 공장이 있지만 테슬라와 함께 미국 네바다 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울산과 중국 시안(西安)에 공장을 갖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은 전 세계 순수 전기차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폴란드 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은 세 곳에 생산거점을 가진 유일한 업체이자 한국을 포함해 최다 생산거점인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갖춘 배터리 업체로 도약한다. 경쟁력 평가 1위에다 시장점유율 1위까지 노리는 교두보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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