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와 불공정 거래 의혹 등의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매도 공시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계약 체결이나 파기 같은 주요 정보는 당일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약품 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 여야 의원들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매도 공시 제도를 전반적으로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으로, 올해 6월 말 공시 제도가 도입됐다. 기관이나 외국인 등이 전체 주식의 0.5% 이상을 공매도하면 3거래일 이후에 해당 내용을 공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공매도 발생 3거래일 이후에야 공시 내용을 알 수 있는 데다 공매도 당사자의 구체적인 정보나 거래 금액, 수량 등이 공개되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은 “한미약품 사태처럼 판이 다 끝난 뒤에 공시가 나오면 개인투자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임 위원장은 “3일이란 시차가 문제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이런 상황을 분석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거래일 후’인 공매도 공시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임 위원장은 “공매도 상당 부분이 외국계 투자자에 의해 이뤄져 시차 문제 등으로 시간차가 발생하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는 문제도 개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업이 유상증자를 발표하면 주가 하락이 예상돼 공매도가 늘고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잦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신주 발행가격 확정 전까지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전면 금지는 시장 친화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면서도 “유상증자 기준가격의 산정 시점을 증자 공시 이전으로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제약사처럼 기술이전이나 특허 등이 재무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에 한해 관련 공시를 ‘자율’에서 ‘의무’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에 적용됐던 ‘기술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현행 규정상 자율공시 대상이다. 상장사가 다음 날 오후 6시까지 공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무공시 대상이 되면 당일 공시를 해야 해 한미약품과 같은 늑장 공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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