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포인트 활용대책까지 동원… ‘마른수건 짜기’로 국내외 악재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정부, 10조1000억 더 풀기로

 “프로야구도 시즌 막판에는 반 게임 차이가 순위를 가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10조1000억 원 규모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 2.8%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총력전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우리 경제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4분기(10∼12월)에 위기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8월에 살아나는 듯했던 수출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5.9% 줄어들며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 △자동차와 철도 등의 연쇄 파업 △경주 지진 및 태풍 차바 피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경기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마저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북한의 핵 위협 등이 한국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가 쓸 카드는 마땅히 없다. 이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완료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내린 상태이다. 그래서 내놓은 고육지책이 재정 집행률 목표를 96.4%에서 96.6%로 0.2%포인트 높이고 중앙정부 추경에 맞춰 지방자치단체 추경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4분기에 예정된 추경 등 재정보강 집행 잔여분(16조6000억 원)을 최대한 빨리 쓰는 동시에 예산 집행률 제고나 공기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10조1000억 원 규모의 재정 보강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을여행주간(10월 24일∼11월 6일) 미개방 관광시설 개방 △이천∼오산 고속도로 조기 착공 △제주도 지정면세점 이전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잠자고 있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소비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을 통해 포인트 이용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기로 했다. 농촌체험마을에서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어촌체험마을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2.8% 성장률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 투자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재정을 최대한 동원한다면 일단 경기 추락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대책의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내외 악재 하나하나가 경기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정부 대책들은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신용카드 포인트 활용대책까지 경기 보강책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규제 완화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 정책 실현에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신민기 기자
#신용카드#포인트#추경#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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