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반 해수-無항생제’ 양식… ‘청정 광어’ 세계 일류상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4> 세계로 도약하는 양식 대표주자들

제주 해양수산연구원에서 양식장 유입수의 유해균 등을 자외선으로 살균 처리하는 설비를 시범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제주 광어 양식장은 자외선 살균, 전기분해 등 첨단 시스템으로 광어를 키우고 있다(위쪽 사진). 전남 완도군 완도읍 광어양식장에서 수산질병관리사들이 양식 광어에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6개월에 한 번씩 백신을 투여하면서 폐사율이 크게 줄었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완도=박영철 기자
제주 해양수산연구원에서 양식장 유입수의 유해균 등을 자외선으로 살균 처리하는 설비를 시범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제주 광어 양식장은 자외선 살균, 전기분해 등 첨단 시스템으로 광어를 키우고 있다(위쪽 사진). 전남 완도군 완도읍 광어양식장에서 수산질병관리사들이 양식 광어에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6개월에 한 번씩 백신을 투여하면서 폐사율이 크게 줄었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완도=박영철 기자
 
수산, 양식업 분야의 선진국인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한 첨단 양식기술로 무장해 세계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도 바다를 혁신의 장으로 만드는 지방자치단체와 양식장이 적지 않다.

 수산물 양식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광어, 김, 전복 등을 키워 세계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종자 개량, 친환경 양식공법, 드론을 이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등 첨단 기법을 통해 한국의 양식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한국, 세계 양식광어 생산량의 50% 이상 차지

 광어(넙치) 양식법은 1986년 일본에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세계 양식광어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가로 발돋움했다.

 특히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양식시스템을 통해 전국 양식광어 생산량의 60%인 연간 2만7000t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 광어 양식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하 100m 암반에서 뽑아 올린 해수를 이용한다. 수온이 일정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이 해수가 건강한 광어를 생산하는 비결이다. 또 광어의 치어 단계에서 대량 폐사를 유발하는 ‘스쿠티카충’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수조의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오존 살균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는 등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전 질병검사도 엄격하다. 국내 양식어류 중에서 유일하게 제주 광어는 출하 전에 안전성 검사를 받는다. 무작위로 고른 광어가 기생충 검사, 18시간에 걸친 항생제 잔류 검사 등을 모두 통과해야만 출하가 이뤄진다. 이렇게 생산된 제주산 광어는 일본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세계 10여 개국으로 수출되는 등 해외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역시 청정해역으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에서는 2014년부터 ‘완도 명품광어 프로젝트’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간 1만3000t의 광어를 생산하는 완도군은 무(無)항생제 양식을 위해 올해 28억 원의 예산을 백신 공급 사업에 투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백신은 질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 건강하고 깨끗한 광어로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미네랄, 면역 증강제 등이 함유된 사료를 사용하며 일부 양식장은 키토산, 인삼가루까지 활용한다.

 생산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도 많은 혁신이 이뤄졌다. 완도군 관내 47개 회센터는 고객이 주문하는 즉시 손질한 생선을 살점부터 뼈까지 포장해 냉장 상태로 전국으로 배송하고 있다. 어민들은 판로가 안정적으로 확보돼 가격 폭락 걱정을 덜 수 있고, 횟집은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도 횟감을 팔 수 있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 김-전복도 세계 입맛 사로잡아

 세계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김도 한국산 수산물 수출의 효자 품목이다. 지난해 단일 품목으로 수출액 3억 달러(약 3340억 원)를 달성했다. 국내 농수산, 축산 수출 품목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김 양식은 세계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산 김의 경쟁력이 가장 높아진 데에는 지속적인 종자 개량과 청정 양식 환경 유지, 판로 개척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낮은 수온에서 잘 자라는 김을 따뜻한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고온과 급격한 온도 변화를 이겨내는 김 품종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종자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골든시드프로젝트사업단’은 지난해 김에 치명적인 갯병에 내성을 갖는 품종을 개발했다.  

국제 무대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에서 한국산 김 제품의 국제규격초안 심사를 통과시켰다. 일본으로 한정됐던 수출 대상국을 미국, 태국, 중국 등으로 확장하며 수출 규모도 크게 늘렸다.

 최근 미국에서는 해조류가 차세대 슈퍼 푸드로 각광받으면서 김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김을 튀겨 피자맛, 바비큐맛 등으로 양념한 수출전략형 김 스낵을 특허출원하는 등 외국인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류의 황제’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는 전복의 양식법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완도는 전국 전복 생산량의 81%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다. 완도 전복의 명성은 친환경 양식법 덕분이다. 지난달 28일 찾은 완도군 완도읍 완도농공단지 내 대가수산유통에서는 해상 양식장과 바다를 연결한 파이프를 통해 끌어온 바닷물이 압력여과기를 통해 공급되고 있었다. 액화산소를 주입하고 냉각수를 공급해 수온을 15∼18도로 유지한다. 최근에는 해상 양식장이 밀집해 바다가 오염되고 전복 폐사율이 높아지자 육지에서 전복을 생산하는 양식장이 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완도 전복은 세계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중국에도 수출된다. 올해 5∼9월 472t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1200t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지난해 홍콩에 이어 올해 1월에는 완도산 전복 통조림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에 수출됐다.
 

:: 특별취재팀 ::


△소비자경제부=민병선 차장, 한우신 이새샘 최혜령 이호재 기자 △사회부=정승호 광주호남 취재본부장, 임재영 차장, 최지연 홍정수 기자
 
특별취재팀
 
#수산물#양식#광어#해양수산#씨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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