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바람 탄 투기자본]삼성생명, 증권 자사주 매입 검토
전량 인수땐 금융지주사 요건 충족…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 변수 많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제기한 요구 사항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포함돼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금융지주회사 모양을 갖춰가는 과정에서 새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증권이 보유한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이날 기준 10.94%(835만904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8월 삼성화재가 보유했던 삼성증권 지분 8.02%를 인수해 현재 삼성증권 지분 19.16%(1464만5770주)를 갖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증권 자사주를 전량 인수하게 되면 지분이 30%로 올라간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자사주까지 인수하면 삼성카드(지분 71.9%), 삼성자산운용(98.7%)에 이어 증권까지 금융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삼성 계열 금융사인 삼성화재도 자사주를 삼성생명에 넘기는 방식으로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편입 요건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약 6조4000억 원)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3%(약 18조 원)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현행법의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 역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제안대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엘리엇 등이 이사회에 참여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도록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성 측은 지주사가 금융지주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내용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야권 등에서 ‘삼성만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아 제도 도입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