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카페 라쌤블라쥬 Caf´e L′Assemblage 디저트와 패션, 환경, 예술의 창조적 결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디저트+독서+교육+패션아이템까지 복합 문화 공간 ‘입속의 작은 행복’ 소문난 디저트 한자리에

 불황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시장은 있다. 입안의 ‘작은 행복과 사치’를 추구하는 디저트 시장은 맛집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최근 3년 사이에 고객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이 디저트시장에서 떠오르는 스타 기업인 ㈜앰퍼샌드(www.amprsd.com)는 10월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카페 라쌤블라쥬(Caf´e L′Assemblage)를 열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재일교포 3세인 송명희 대표가 운영하는 앰퍼샌드는 치즈타르트 전문점 ‘골든(합정점·한남점·연희점·직영매장 운영 중)’과 크레이프케이크 전문점 ‘코쿤’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에 처음으로 정통 치즈타르트를 소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카페 라쌤블라쥬를 통해 유행하는 세계적 디저트는 물론이고 도서와 강연, 패션, 환경이 융합된 복합문화 공간을 설계했는데 오픈 전부터 유통가에서 관심이 뜨겁다. 이곳에서는 자체 브랜드의 디저트뿐 아니라 한국 농산물을 테마로 한 일본 유명 파티시에와 컬래버레이션한 케이크, 교육심리 전문가의 강연부터 리사이클링 에코백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代 잇는 디저트 열정… “30년 장인기업으로”


 라쌤블라쥬는 우선 장소가 주는 의미가 크다. 새롭게 문을 연 자리는 디저트카페의 ‘성지’나 다름없는 ‘카페 라리(Caf´e La Lee)’가 있던 곳이다.

 카페 라리는 우리나라 디저트카페의 시작을 알린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 디저트 문화의 창시를 알렸던 이연 여사가 1990년 설립했다. 송 대표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 여사는 디저트라는 개념도 모호했던 당시 파격적인 경영으로 외식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매장 인테리어에 필요한 소품 하나하나까지 유럽에서 직접 공수해 사용했다. 최고의 치즈와 생크림 등을 찾아 직접 수입해 매장에서 갓 구워낸 생크림 케이크를 판 것이 주효했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생크림케이크와 드립 커피는 장안의 화제가 됐고 대기업 회장들과 문화예술계 명사들이 단골로 드나들었다.

 사업은 잘됐지만, 재일교포 남편과 일본에 있는 자녀들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야 했던 이 여사는 일이 힘에 부쳤다.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디저트에 대한 열정’은 어머니에서 딸에게 옮겨갔다.

 송 대표는 모친이 일군 터전에서 매장을 연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어머니의 애환이 담긴 브랜드와 장소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남다른 채찍질로 다가온다.

 “한국에선 대를 잇는 장인기업이 드문 편이고, 있더라도 전통공예나 대기업에 국한돼 있는 편이잖아요. 저는 디저트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대를 잇는 기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디저트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카페 라쌤블라쥬’라는 간판을 달았다.

 라쌤블라쥬(L′Assemblage)는 프랑스어로 ‘집합, 모임, 공동체’라는 뜻이다. ‘최고의 디저트들을 모두 이곳에서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고는 그릇의 깨진 틈을 송진으로 메워 금가루로 복원하는 일본의 전통 공예 기술인 긴쓰기에서 착안했다. 그대로의 것을 복원하고 결함을 숨기지 않은 채 새로운 미를 창조하는 의미를 담았고 어머니가 운영했던 장소를 소박하게 복원함으로써 초심을 되새겼다.

 카페 라쌤블라쥬의 슬로건은 유행보다는 ‘최고의 맛’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싸도 최상의 원재료만 쓴다. 기존 밀가루보다 2배 가까이 비싼 대신 디저트에 최적화된 특수 공법의 밀가루를 쓰며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 최고의 프랑스 치즈, 각 지역을 대표하는 싱싱한 제철 식재료와 과일 등만 선별한다. 좋은 재료가 기본이 되는 정직하고 건강한 디저트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입속에서 퍼지는 작은 행복을 손님에게 전달하려는 모녀의 배려가 담겨 있다.

가로수길 카페 라쌤블라쥬 매장
가로수길 카페 라쌤블라쥬 매장
디저트 명장들과 협업… ‘완판 케이크’ 신화 잇는다

  ‘문경 사과’나 ‘영암 무화과’, ‘영천 씨없는 거봉’처럼 제철에만 한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재료들이 있다. 고유의 색을 지닌 자연식품으로서 각각의 색과 영양을 함유해 건강에 좋은 이런 컬러푸드들은 세계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특히 라쌤블라쥬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 파티시에들은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농산물에 관심이 뜨겁다. 명장 칭호를 받는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런 한국적 농산물을 디저트로 재해석하여 선보인다. 한국의 가을을 품은 홍시타르트는 맛뿐 아니라 영양에서도 세계 시장에 내놓기에 손색이 없고 해남과 여주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 크레이프 케이크는 이미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판매를 넘어서 송 대표와 어머니의 디저트에 대한 열정과 사업적 포부에 매료된 세계적 명장들이 수년 전부터 앰퍼샌드의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많은 대기업의 협업 제안에도 꿈쩍 않던 그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디저트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고 세계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는 열정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콧대 높던 명장들도 결국 젊은 여성 CEO의 호기에 끌려 개발과 연구에 동참했다.

골든 치즈타르트 합정 본점
골든 치즈타르트 합정 본점


나눔과 토론, 행복의 선순환… 스토리가 있는 공간


 카페 라쌤블라쥬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근처에 학교도 있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이 많다 보니 지역사회의 특색을 반영해 힐링의 공간으로 채웠다.

 “디저트를 팔아서 큰 마진을 볼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책을 매개로 양방향 토론이 가능한 북 카페를 하나의 콘텐츠로 봤죠.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강연과 독서토론회를 갖는 겁니다. 교육과 심리학의 문턱을 낮추고 일상에서 함께 미래를 모색하는 그런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책과 토론을 통한 교육과 감상의 공간, 즉 스토리를 파는 카페인 셈이다.

 패션과 환경도 송 대표가 놓지 않는 주제다. 그는 앰퍼샌드가 자체 제작한 ‘에코백’을 라쌤블라쥬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직접 제작한 에코백 외에도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좀 더 다양하고 기존보다 패션성이 두드러진 제품을 소개할 방침이다. 일본 디자이너들의 참여로 다양한 제품들이 곧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에코백 판매도 수익보다는 환경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기존 커피전문점들이 텀블러나 개인 컵 사용을 독려하면서 300원 정도 할인을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보여주기식 할인이 아닌 좀 더 체감이 큰 할인 정책을 펼칠 겁니다. 매장에서 구입한 에코백을 가지고 재방문해 쇼핑백이 아닌 에코백에 담아갈 경우에 한해 말이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친환경 제품 사용을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30년 전통의 디저트 가게 명맥을 잇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 외식업계에서 어떤 회사를 만들어 나갈 거냐고 물었다.

 “골든 치즈타르트와 코쿤, 라쌤블라쥬 등 앰퍼샌드가 운영하는 모든 브랜드는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먹는 사람도 즐겁다는 생각에 직원 복지와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며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회사’로 키울 생각입니다. 괜찮지 않나요?”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라쌤블라쥬#디저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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