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진그룹 삼남매, 일감 몰아주기로 42억 투자해 319억 수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공정위, 부당 일감 심사보고서 보내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를 여러 해 동안 부당지원하면서 투자금의 7배 수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현아, 원태, 현민 씨가 총수 일가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회사인 싸이버스카이(기내면세품 위탁판매 및 광고 대행)와 유니컨버스(콜센터 운영·시스템 통합 등 정보통신업)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7월 송부했다. 또 다음 달 전원회의를 소집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아 씨는 공식 직함이 없고, 원태 씨는 대한항공 부사장, 현민 씨는 대한항공 전무로 재직 중이다.

○ 투자 대비 수익률 700%대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3남매가 지분을 100% 소유했던 싸이버스카이에 기내면세품 인터넷 광고 수익 전액을 넘겨주고, 판촉물을 비싼 값에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또 유니컨버스에 콜센터 시스템장비 시설 사용료를 과다 지급했다. 이들 계열사에 부당하게 지원된 거래 금액은 약 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통해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를 부당지원하는 동안 3남매는 42억 원을 투자해 모두 319억 원의 수익을 가져갔다.

 2000년 싸이버스카이를 13억 원에 인수한 3남매는 2007∼2013년(2011년 제외)까지 배당금으로만 47억7024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또 공정위가 지난해 5월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벌이자 6개월 뒤인 11월 주식 전량을 대한항공에 팔면서 49억 원의 매매차익도 봤다. 배당과 차익을 포함한 총수익금만 97억 원이고, 투자 대비 수익률은 무려 746.2%이다.

 3남매 등 총수 일가는 유니컨버스에 29억 원을 투자해 2012∼2015년까지 모두 15억 원을 배당받았다. 또 올 4월 유니컨버스의 콜센터 영업 부문을 한진정보통신에 넘기면서 207억 원을 챙겼다. 배당과 매매차익을 합친 총수익금은 222억 원이며, 투자 대비 수익률은 765.5%에 달한다.

○ 다음 달 전원회의 때 제재 수위 결정될 듯

 공정위가 다음 달 전원회의에 이번 일감 몰아주기를 상정할 방침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재 수위의 강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진해운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며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국내 수출입 기업에 큰 손실을 줬다”고 강하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3남매를 검찰에 고발할지 여부다. 총수 일가를 고발하기 위해서는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사무처는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지시하고 관여한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공정위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했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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