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각각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은은 ‘KDB혁신 추진방안’, 수은은 ‘수은 혁신 및 기능 강화 추진방향’의 쇄신 계획을 내놨다. 명칭은 달랐지만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부실을 막지 못해 정부의 자본 확충을 받게 된 데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산은과 수은은 9월 안으로 구체적인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석 달 넘게 지났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산은은 지난달 말 부행장 4명을 물갈이했지만 구체적인 혁신안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은은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왜 아직도 혁신안을 내놓지 못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산은과 수은이 쇄신안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산은은 8월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를 KDB혁신위원회 위원장에 내정하고 혁신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외부 인사가 한 달 만에 복마전처럼 얽힌 산은의 개혁 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쇄신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공감대도 떨어져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쇄신에 필요한 우선과제도 도출했지만 직원들을 설득할 일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낙하산 강력 제재나 전문성 강화 같은 강력한 쇄신안이 없다면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도 뻔하다. 6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은이 시안을 가져왔는데 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완하자’며 돌려보냈다”고 말한 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은이다. 수은은 상반기(1∼6월)에 9400억 원 적자를 냈다. 40년 만의 첫 적자다.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월 말 현재 10.01%로 시중은행보다 낮다. 더구나 산은과 달리 수은은 정부로부터 1조 원 출자(9350억 원 완료, 나머지는 연내)까지 받았다. 현재 9개인 본부를 8개로 줄이고 임금도 삭감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그러나 혁신방안에 참고하기 위해 베인앤드컴퍼니에 맡겼던 컨설팅 결과는 6개월이 다 되도록 나오지 않았다. 6월 추진방향 발표 때 언급했던 외부 전문가 자문단과 외부혁신위원 구성도 예정보다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이덕훈 수은 행장 역시 11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질타를 받을 게 확실해 보인다.
구조조정은 상대가 있는 작업이다. 채권단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하면서 기업들에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산은과 수은의 더딘 대응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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