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잇단 악재에 체면 구긴 애널리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삼성전자 목표가 210만원” 다음날 갤노트7 단종… 주가 8% 폭락
한미약품에도 장밋빛 전망만… ‘잠재적 위험’도 제대로 알려야

이건혁·경제부
이건혁·경제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10만 원으로 상향 조정.’ ‘갤럭시 노트7 우려가 있지만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커 목표주가를 208만 원으로 올림.’

 7일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3분기(7∼9월) 영업이익 잠정치를 내놓자 10일 대부분의 증권사는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인 11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을 발표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약 8% 폭락했습니다.

 지난달 말 한미약품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신약 수출 계약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증권사들은 ‘홈런’ ‘쾌거’라는 표현과 함께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다른 회사와 체결한 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공시가 나왔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18% 넘게 추락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로 몰린 두 종목의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과 시장 환경 등의 다양한 변수에 따라 춤을 추는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악재를 예측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의 무능을 탓하거나 비난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악재가 나오기 직전 목표주가를 낮췄다면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수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65% 내린 153만5000원으로 하락했지만 이날 현재 24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평균 목표주가는 약 195만 원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갤럭시 노트7 단종’이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고려하고 목표주가를 제시했을까요. 신약 수출 계약은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미리 약정한 금액을 분산해서 받는 구조입니다. 임상시험의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 파기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셈입니다. 한미약품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렸을까요. 투자자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합리적인 위험 예측과 소신 있는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애널리스트들이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애널리스트#주가#삼성#한미약품#갤노트7#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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