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성장절벽… “한은 2.8% 전망치도 장밋빛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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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성장률 전망 또 하향]
갤노트7 단종-청탁금지법 시행 등 경제위축 요인 제대로 반영 안해
성장 떠받쳐온 건설투자 증가율, 올 10.5%→내년 4.1% 둔화 예상
전문가 “통화-재정 적극 대응 필요”


고민깊은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고민에 잠겨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1%포인트 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고민깊은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고민에 잠겨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1%포인트 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겹겹이 쌓인 악재에도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9%에서 2.8%로 소폭 내린 데 그친 것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오랜 기간 부진했던 국내 수출과 기업 투자가 점차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망에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 충격과 현대자동차의 파업,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내수 위축 우려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성장률이 더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쇼크’가 본격화된 가운데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건설투자가 꺾일 경우 ‘성장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내년 수출, 기업 투자 회복 기대”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하방(下方) 리스크도 많지만 내년 경기 회복세를 촉진할 수 있는 상방 요인들도 있다”며 “원자재 가격 회복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세가 높아지고, 세계 교역도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에 세계 경제가 3.2% 성장하고, 세계 교역 신장률이 올해 2.3%에서 3.0%로 높아지는 것을 전제로 올해 1% 성장에 그쳤던 국내 수출이 내년에 2.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출 환경이 개선되면서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 ―3.9%에서 내년 4.2%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 대내적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이어지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지만 이런 긍정적 요인들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2.8% 성장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다만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건설투자는 올해 10.5% 증가세에서 내년 4.1%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유지하는 데에는 건설투자가 큰 몫을 했다.

○ 삼성전자 쇼크 등 반영 안 돼 “지나친 낙관”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의 전망치(3.0%)보다 낮지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2.7%)보다 높다.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6%) 등 민간 연구기관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 초반을 유지하던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하향세를 보이는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까지 확산돼 국내 수출이 회복될 여지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택 과잉 공급 우려 등으로 건설투자 둔화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갤럭시 노트7 단종과 현대자동차 파업 등의 충격이 현실화되고 청탁금지법 등의 여파로 내수마저 얼어붙으면 2% 중반대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갤럭시 노트7 사태는 전망 시점에는 생산 중단 악재가 없어 리콜에 따른 효과만 반영했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 부담이 큰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마저 오르면 민간소비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은이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올 1월 3.2%로 전망한 뒤 3개월마다 4월 3.0%→7월 2.9%→10월 2.8%로 내려 잡았다. 정부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슬그머니 성장률을 낮춘 전례가 많다. ‘최경환 경제팀’은 2015년 3.8% 성장을 공언했지만 이후 전망치를 ‘3.8%→3.5%→3.3%→3.1%→2.7%’로 4차례 수정했다. ‘유일호 경제팀’도 올해 성장률(3.1%)을 6월 말 2.8%로 내렸다. 정부가 12월 말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부실기업에서 출발해 국내 대표기업으로 문제가 번지는 양상”이라며 “통화 및 재정 정책을 더 완화해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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