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장으로 일하던 2007년 홍영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59)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단장을 맡고 있었다. 홍영표는 통상협상 주무 부장이던 필자에게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역설했다. 노동운동가의 ‘자유무역 전도사’ 변신이 이색적이면서도 신선하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3선 의원인 홍영표는 동국대 운동권 출신으로 1982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노조를 만든 주역이다. 1985년 대우차 부평공장 파업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의 공직 세 곳을 거친 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국회 입성 후 때로 강성 운동권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도 보였지만 합리적 면모도 종종 눈에 띄었다. 2014년 국정감사 때는 기업인 증인 신청을 한 명도 하지 않고 피감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감을 준비해 동아일보의 ‘국감 이 사람’에 선정됐다.
▷홍 의원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 노조 측 얘기도 수차례 들어봤는데 아무리 납득하려 해도 동의할 수 없었다”며 일침을 가했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소득과 비교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50%와 30%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 불매운동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 노조가 뭔가 다시 생각을 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라는 지적에도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야당 의원 중에도 개인적으로는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같은 ‘귀족노조’ 행태를 우려하면서도 노동계에 찍힐 것을 우려해 입을 다물거나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지지하는 풍조가 적지 않다. 노동운동의 원조(元祖) 중 한 명인 야권 중진 의원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그가 근로자들의 금수저-흙수저 격차와 ‘청년 백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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