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과열 양상이 빚어진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확대와 재당첨 제한금지 조항 부활 등 수요를 규제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몇몇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주택금융공사도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신규 공급을 일부 서민층 공급분을 제외하고는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하기로 해 금융 분야 규제도 강화됐다.
기준금리 1%대의 초저금리에다 실물경제 및 증시 침체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몰리면서 지난달 서울의 주택매매가 상승률은 0.26%로 전국 평균(0.08%)의 3.3배나 됐다. 올 들어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중에는 매매가격이 2억∼3억 원 오른 곳이 적지 않고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3.3m²당 평균 4000만 원을 넘었다. 9월 마지막 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고치인 0.90%로 치솟았다.
심각한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막대한 부동자금에 힘입어 특정 지역 집값이 폭등하는 것은 위험 신호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주택가격의 거품이 나중에 터지면서 폭락하면 개별 가계는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 가격은 가급적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최근 수도권과 충청권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주택가격 이상 급등에는 정책적 메스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수도권과 대조적으로 지방의 주택경기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14일 국회 답변에서 “지역별 주택시장의 차별화가 뚜렷해지는 점을 고려할 때 각 지역의 시장 상황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적합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발언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강남권 등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을 ‘정밀 타격’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스마트한 대책이 돼야 한다. 자칫 전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가뜩이나 대내외 악재로 휘청거리는 경제를 더 벼랑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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