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건국대 축산식품공학과 학생 김형엽 씨(23)는 조심스러우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의 아이디어는 우유를 활용해 ‘우유 테마 카페’를 만드는 것으로 1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연 ‘2016 축산·수의 분야 청년층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축산식품학을 공부하는 김 씨와 친구 공도승 씨(24)의 첫 아이디어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 목장의 유기농 우유를 활용해 라테를 팔아 보자’는 것이었다. 원유 생산 과잉으로 낙농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 작은 아이디어는 농식품부가 지원한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목장형 유기농 우유를 사용해 커피를 만들면 제품 단가가 비싸져서 수익성이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김 씨는 “한 가지 제품에만 매달리지 않고 우유를 테마로 한 카페를 만들어 우유 활용 메뉴를 다양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시장조사에 나섰다. 20, 30대 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우유를 활용한 음료 가격이 3000원 대 중반 정도라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카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 그리고 소비자의 예상 반응을 토대로 통곡물 우유라테, 생과일 우유라테, 채소 우유라테 등 즉석에서 건강식 우유 음료를 만들기로 했다.
그 대신 유기농 우유는 병에 담아 판매하기로 했다. 한국산업기술대 신소재공학과에 다니는 박세진 씨(24)가 디자인을 맡았다. 예쁜 디자인 상품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젊은 소비자를 잡고, 이를 통해 카페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창업 설명을 들은 목장 관계자들도 ‘카페를 통하면 유기농 우유를 홍보할 현실적 방법이 마련될 것 같다’라며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개인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많은 상지대 백승훈 씨(22), 강원대 서영선 씨(22) 등은 카페 창업에 대해 현실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씨 등의 팀 ‘밀크팜’의 아이디어는 총 68개 참가팀의 출품작 가운데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로 꼽혔다. 김 씨는 “우리의 아이디어가 낙농업계 전반의 원유 생산 과잉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단지 낙농업자들이 우리의 창업 아이디어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다른 젊은이들이 사회 전반을 위한 창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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