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악재 쇼크 이어 고용 충격파…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
5년새 5.6%→9.2% 가파르게 늘어
‘앞에서 끌어주던 선두가 삐끗했는데 이를 받쳐줄 후미의 체력마저 바닥났다.’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국내 경제는 조선 해운 철강 등 기존 주력 산업들이 일시에 추락한 데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국가대표 기업들이 휘청거리면서 간신히 이어가던 성장동력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일자리 창출의 90%를 담당하던 중소기업마저 활력이 바닥에 떨어졌다. 더구나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 중소 협력사들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한국 경제는 점차 ‘시계(視界) 제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17일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2006∼2015년 10년간 제조업 부문의 중소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적자기업 비중이 크게 높아져 지난해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나이스신용평가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외부감사 대상 중소기업(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른 정의)이다.
지난해 적자를 낸 중소기업은 1873개사로 전체 분석대상 기업 9006개사의 20.8%나 됐다. 2010년 11.3%(7723개사 중 872개사)에 비하면 적자기업 비중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오른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대지 못하는 중소기업들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친 ‘한계기업’의 비중은 2012년(5.7%)까지 5%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는 9.2%로 치솟았다.
그렇다 보니 2009∼2015년 연평균 투자증가율 ―1.0%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년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진 것은 고용시장의 최후방 저지선마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발생한 단기 실업자들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일자리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며 “최근 장기 실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중소기업들이 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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