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에선 힘차게 산길에선 정교하게 기민한 움직임-안정성으로 운전 재미 ‘쏠쏠’… 깔끔한 내부 ‘눈길’ ‘핫 해치 i30’가 시동 건 ‘국산 해치백’의 부활.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신형 i30는 자동차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비인기 종목’으로 여겨져 왔던 국산 해치백 시장에서 과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출시 두 달째, i30는 승차감, 디자인, 품질, 광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슈와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보는 눈에 따라 엇갈린 평가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기대감’이 큰 분위기다.
운전하는 재미를 주다
기자가 직접 타본 i30는 TV광고처럼 ‘드리프트’를 하진 못해도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한 차였다. 지난달 현대차가 연 시승회에서 고속도로, 국도, 구불구불한 산길 등 약 110km를 주행하는 동안 i30는 기민한 움직임과 안정성을 보여줬다. 시승차는 i30 스포츠 프리미엄 풀 옵션 모델로 가솔린 1.6 터보 GDI 엔진이 장착됐으며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27.0kg·m이다.
타기 전 살펴본 외관은 미려했다. 다소 밋밋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균형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차가 전면에 최초로 적용한 ‘캐스캐이딩 그릴’은 실제로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에서 볼 때 더 정교하고 예뻤다. ‘캐스캐이딩(cascading)’은 ‘흘러내리는’이란 뜻으로, 쇳물이 용광로에서 흘러내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밝혔다.
내부는 깔끔하고 차분한 디자인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색상 조합인 ‘블랙 & 레드’로 20, 30대의 취향을 타깃으로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i30의 움직임은 매끄러웠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올리자 새롭게 탑재된 엔진 덕분에 둔한 기색 없이 힘차게 반응했다. 비교적 낮은 높이에 위치한 운전석은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을 높여줬다. 다만 시야 확보에는 다소 불편한 감도 있었다.
곡선도로가 이어지는 산길에서는 운전대를 꺾을 때마다 정교하게 반응하는 차체를 느낄 수 있었다. 도로 포장이 울퉁불퉁한 구간에서는 이전 모델보다 강화된 차체 덕분에 진동의 상당 부분이 상쇄됐다. 신형 i30는 일반 강판보다 무게는 10%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2배 이상 높은 초고장력 강판(AHSS)을 기존의 27%보다 2배 가까운 53.5%로 확대 적용했다.
해치백의 성공 이뤄낼까
i30에 함께 탄 여성 동승자는 “디자인이 예뻐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것 같다”며 “초보 운전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는 차”라고 말했다.
해치백은 폴크스바겐의 ‘골프’를 제외하곤 한국 소비자들에게 그리 사랑받지 못했던 차종이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모델이지만, 디자인과 외관, 차의 크기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중형 세단에 늘 밀려왔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사이에 칸막이가 없다는 점은, 유럽에서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부분으로 통했지만 한국에서는 ‘짐차’로 폄하됐다. 폴크스바겐의 골프가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것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차’였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차의 품질에 대한 신뢰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14일까지 신형 i30는 총 1230대가 누적 계약됐고, 295대가 출고됐다. 디자인과 주행성능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반면,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은 아쉬운 점이다. 해치백은 ‘실용적인 차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아직은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수치지만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판매 추이를 보이고 있다. 아직 전체적인 자동차 내수 시장이 얼어붙은 측면도 있고 최근 엔진결함 논란 등 악재도 겹쳤기 때문이다. 신형 i30의 품질과 성능, 디자인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올 연말까지 판매량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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