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 행사장에서 구직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19,
20일 이틀 동안 열린 이번 행사에는 총 4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랜만의 출근이라니, 떨리고 설레요.”
주부 서동미 씨(41)는 엄마가 되기 전까지 웹 디자이너로 불렸다. 6년 경력에 일도 즐겁게 했다. 하지만 2007년 엄마가 된 뒤로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들어 2년 뒤 직장을 그만뒀다. 7년 후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됐고, 그는 다시 웹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큰맘 먹고 19일 경기 하남시 집에서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와 ‘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 행사장을 찾았다. 서 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일지 미리 조사했고, 지원할 만한 회사 1, 2곳을 찍어서 왔다”며 “젊은 친구들보다 감각이 떨어질 수 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배우고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20일 서 씨는 그를 채용하겠다는 기업의 연락을 받았다. 그의 열정을 높이 산 고급 음료제조기업 오렌지피플이 웹 디자이너로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서 씨는 “이번 주 내로 회사에 가서 상황을 본 뒤 괜찮다면 당장 출근하고 싶다”며 “너무 오랜만이라 걱정도 되지만 일단 부딪쳐 보면서 열심히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일의 소중함 알면 더 열심히 일한다”
잡페어는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지만 이번 리스타트 잡페어 현장에서 곧바로 채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은 서류전형, 면접 등 내부의 채용 절차를 따라야 해 현장 채용이 쉽지 않지만 신생 기업은 늘 인재에 목말라 있어 적극적이었다.
주부 서 씨를 채용한 오렌지피플은 대표도 여성인 임직원 10명의 4년차 벤처기업이다. 김주선 부사장은 “사회에 다시 나오려는 여성들은 우리 같은 벤처기업의 가치를 알아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이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직업체험학교 ‘키자니아’를 운영하는 엠비씨플레이비도 이번 행사에서 만난 구직자 중 면접 등을 거쳐 5∼1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키자니아 관계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사회 경험 노하우를 가진 장년층이나 경력단절여성도 좋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여한 카카오의 카카오드라이버 부스는 40, 5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이름난 기업의 서비스이고, 보험료를 받지 않는 등 처우가 좋다고 홍보된 덕이다. 술 취한 고객에게 직접 운전비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점이 구직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현장에서 노란색 카카오 유니폼을 입은 채 사진을 찍고, 대리운전기사로 등록한 김모 씨(47)는 “여기서 곧바로 채용까지 하는지 몰랐는데 얼떨떨하다”며 “건설업체에서 22년째 일하고 있는데, 은퇴 이후의 인생을 고민하다 나와 봤다. 이런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기뻐했다. 카카오 측은 김 씨에게 “우리 사회에서 대리운전이라고 하면 제일 아래 부류라고 생각하지만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들 관심 많았으면”
현장에서 만난 구직자들은 애초에 경력이 단절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워킹맘의 경우 ‘눈치’ 때문에 그만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찾은 강연주 씨(34·여)는 “세무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했지만 육아 때문에 3년을 쉬었다”며 “아이가 아프면 일찍 퇴근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말하기엔 눈치가 보여 그만뒀다. 워킹맘을 내 누나, 내 아내의 일로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희경 스타벅스코리아 현대목동점 부점장(35)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덕분에 경력단절을 막은 사례다. 이 부점장은 “그만두려던 날에 부점장·점장급 여성을 위한 시간선택제 근로 유형인 ‘리턴맘’ 채용공고를 보고 바로 시간선택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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