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식당을 창업하고 1년 이내 폐업할 확률은 56%이며 5년 생존율은 18%에 불과하다. 전체 식당 수는 58만 개이며 이는 인구 86명당 식당이 1개다. 외식 천국이라 하는 일본이 인구 170명당, 미국은 320명당, 중국이 230명당 1개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구도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식당을 창업하여 벌어들이는 연간 평균 매출은 1930만 원이며 월 매출로 환산하면 180만 원 정도다.
매년 19만 명이 새롭게 식당을 창업하고 매년 18만 명이 문을 닫는다. 그런데도 아무도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 매주 3차례 실시하는 위생교육 8시간만 이수하면 누구나 식당을 창업할 수 있다. 전문가가 창업해도 살아남기 힘든 구조 속에서 너도나도 마지막 생계자금을 들고 프랜차이즈 업체를 두드리고 막연한 생각으로 ‘묻지마’ 창업을 한다.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라서 있다. 더본코리아는 백 대표가 방송한 뒤 폭발적으로 가맹점 수가 늘어나 지난해 매출액 1239억 원을 달성했다. 빽다방의 경우 6평 기준으로 창업비용이 8000만 원을 넘고 36개 브랜드가 거의 대부분 국수, 우동, 쌈밥, 중국집 등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업종이다. 백 대표에게서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창업비를 꼭 8000만 원 이상씩 받아야 하는가 묻고 싶다.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 폐점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본사 직영점 폐점률과 폐점기간 표기 의무화, 가맹점당 순이익률, 본사 공급 식자재 리스트와 공급가격 계약 전 제출 등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정보 공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만약 법을 어기거나 허위 기재 시에는 가차 없는 민형사 규제를 해야 한다.
개그맨, 가수, 탤런트 등 일부 연예인이 가맹본사에 이름과 얼굴을 빌려주는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 한 개그맨이 국수집 가맹사업을 한다고 대대적인 가맹 모집 광고를 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그 연예인이 도박 혐의로 구속되어 가맹점주들이 바로 폐업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슨 메뉴를 파는지도 모르고 얼굴만 빌려주는 연예인에게 전 재산과 가족의 생계를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돈으로 사고파는 TV 맛집 프로그램을 양성하는 방송국들도 그 치졸한 상업성을 반성해야 한다. 돈만 주면 ‘최고의 맛집’이라고 글을 올리는 비양심적인 파워 블로그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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