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를 소프트웨어(SW) 회사로 생각하며 이끌어 왔지만 시대가 변해서 하드웨어(HW)를 같이 해야 합니다. 자율주행차, 로봇을 개발할 때 걱정을 많이 했지만 라인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HW를 포함한 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할 생각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6’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데이터분석 등 신기술이 실생활로 넘어오는 단계인 만큼 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경쟁은 앞으로 기술 싸움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는 이날 사용자와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인지해 요구하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생활환경지능’을 자사 연구개발의 비전이라고 소개하면서 음성 인식 비서 ‘아미카(AMICA)’, 3차원(3D) 공간 촬영 로봇 ‘M1’ 등을 공개했다.
아미카는 네이버가 2013년 기술연구조직 네이버랩스 설립 이후 축적해 온 딥러닝, 음성인식, 음성합성 연구의 결과물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음성, 문자 등으로 피드백 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 구글 SK텔레콤 등의 음성인식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묻지도 않은 상황’까지 인지해 대답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미카, 회사로 가는 버스 노선을 알려줘’라고 요청하면 버스 노선 안내 외에 ‘오늘은 정체가 심합니다. 15분 뒤 출발하셔야 합니다’와 같은 주변 상황도 알려주는 식이다.
네이버는 아미카가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칩셋인 아틱(ARTIK)에 탑재됐고, 유통 대기업 SPC와 배달 앱 배달의민족, 숙박 앱 야놀자 등이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M1은 3D 고정밀 실내 지도 제작을 위해 네이버가 창사 이래 처음 만든 로봇이다. M1은 상부에 360도 카메라가 5개 달려 있으며 높이는 1m 정도다. 네이버는 PC, 모바일, 웨어러블, 커넥티드카, 스마트홈 다음으로 이어질 궁극적인 플랫폼을 로봇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르노삼성자동차, KAIST와 협업해 작업 중인 자율주행차를 공개했고, 이미지 속의 문자도 인식하는 웹브라우저 ‘웨일(WHALE)’을 12월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는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을 연구하는 미래기술 연구개발 조직을 내년 초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대표로 선임하며 별도 법인으로 만들 예정이다.
이 의장은 이날 ‘기술창업가와의 대화’라는 별도의 시간을 처음으로 마련해 기술과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빠른 아이디어보다 뿌리 기술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한다”면서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를 시작할 때 1등은 야후였지만 우리가 기술은 좋았다. 기술을 깊이 고민하고 100개의 시도를 하다 지식인 서비스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 살아남으려면 합병도 하고 여러분들(기술 스타트업)과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가 2014년 2월 중소상공인을 위해 기부를 약속했다가 중단됐던 400억 원의 기금 출연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금은 중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일 예정이었지만 돈 관리를 맡은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임직원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 약속됐던 500억 원 중 100억 원만 집행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르면 연내 네이버에 기금 출연 재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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