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에서 주인공 오베는 59세에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다. 오베는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고 부패한 관료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이라고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래도 공동체가 만든 약속이라면 반드시 지키고 이 과정에서 부패가 걸러지는 자정(自淨) 기능이 있어 오베는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었다. ‘스웨덴 모델로 가자’는 구호만으로는 이런 선순환의 사회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에 지난해 10월 부임한 윤종원 대사는 요즘 전체 34개 회원국 중 중간에서 약간 아래인 한국의 위상을 절감한다. 선진국은 삶의 질을 높이는 ‘성장을 넘어서(Beyond GDP)’라는 논의를 구체화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미미한 성장률 제고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OECD 회원국의 모범 사례를 볼 때마다 윤 대사는 마음이 급하다. 사례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번역해 어서 한국에 보내고 싶어서다. 그 바람에 직원들의 일감이 배로 늘었다.
▷오늘은 우리나라가 OECD 29번째 회원국이 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1996년 OECD 가입을 위해 자본자유화를 실시한 것이 부메랑이 돼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게 사실이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비판도 자초했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 규모는 2.3배로 늘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위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비정규직 비율이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고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성장의 부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OECD 회원국의 부패 정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칠레 멕시코 터키 헝가리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과 함께 가장 부패한 18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뇌물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부패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모조리 하위권에 머문 것은 물이 썩은 상태로는 지속가능한 성장도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무리 기상천외한 성장정책을 짜내 봐야 부패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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