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질적 성장으로 경영패러다임을 바꿔 상생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의 롯데그룹 혁신안을 내놨다.
신 회장은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결과 발표 6일 만인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해 주주 구성을 다양하게 만들고, 그룹 정책본부를 계열사 지원 역할 중심으로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제시한 '뉴 롯데'의 골자는 △회장 직속의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정책본부 축소와 계열사 책임경영 확대 △질적 성장 위주로 경영 패러다임 전환 등 3가지다. 여기에 그간 강조해 온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5년 간 40조 원 투자와 7만 명 신규 채용 계획이 더해졌다. 이 중 호텔롯데 상장은 복잡한 롯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또 현행 투자 수준보다 투자를 20~30% 가량 늘려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힘쓸 계획이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정책본부는 축소하기로 했다. 본부의 이름과 부서 직제 등도 개편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안은 맥킨지로부터 받은 컨설팅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확정하기로 했다. 현재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총 7개 부서와 롯데재단 등 부설 조직에 약 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계열사간 전략을 조정하는 운영실(70여 명)이 가장 크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필요한 조직이지만 현장에서 위의 지시만 기다리게 될 수 있다"며 "롯데의 정책본부 쇄신안은 그룹의 혁신을 시장에서 찾겠다,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뜻으로 보여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롯데는 또 '질적 성장'으로 경영의 무게중심을 이동하기 위해 신 회장이 강조해 왔던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해 아시아의 톱 10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버리기로 했다. 할당된 목표를 따라가려다 보니 롯데홈쇼핑 갑질 논란 등 부작용이 생겼다는 내부 반성에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 집중하다보니 계열사별로 해마다 성장 목표를 채우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롯데그룹이 조직문화 개선과 그룹 정책본부 쇄신을 위해 받고 있는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신 회장도 참석한 '롯데HR포럼'에서 맥킨지의 아르니 가스트 엑스퍼트파트너는 '성과를 넘어서(Beyond Performance)'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역설적이게도 탁월한 성과는 성과에 얼마나 덜 집중하는 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은 "2004년 정책본부가 설립된 지 12년이 됐으니 그 역할과 책임을 고민할 때가 됐다"면서 "한국의 대표 기업들도 질적 성장을 강조하니 오히려 외형도 커지고 있다. 우리도 쇄신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신 회장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관련 사과에 이어 1년 2개월 만이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하며 적극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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