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금 넣은 추로스-족발… 맛 나와라 뚝딱, 건강 나와라 뚝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내고장 전통시장]<8>서울 방학동 도깨비시장

 
18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 내 ‘꽃보다 츄러스’에서 성호준 대표(오른쪽)와 딸이 ‘울금 츄러스’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울금가루를 넣어 만든 울금 츄러스는 이 시장의 명물 간식으로 꼽힌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8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 내 ‘꽃보다 츄러스’에서 성호준 대표(오른쪽)와 딸이 ‘울금 츄러스’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울금가루를 넣어 만든 울금 츄러스는 이 시장의 명물 간식으로 꼽힌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기다란 막대 모양의 추로스를 손에 받아든 아이들의 표정이 햇살처럼 환해졌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이 5명은 추로스와 아이스크림을 받아들자 “고맙습니다”라고 합창했다. 갓 만든 따끈한 추로스를 건넸던 ‘꽃보다 츄러스’ 성호준 대표(38)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18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에는 이 시장의 명물인 추로스를 맛보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의 추로스는 유독 더 진한 노란색을 띤다. 반죽에 울금가루를 넣어서다. 울금은 도깨비시장의 특화상품이다. ‘울금 츄러스’는 도깨비시장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대표 간식이다.


○ “울금 츄러스 맛보러 시장에 오세요”

 
‘꽃보다 츄러스’는 특별한 추로스를 파는 곳으로 인기를 얻었다. 울금가루를 넣은 반죽에 소시지를 넣어 만들기 때문이다. 흡사 핫도그와 비슷하지만 추로스 특유의 바삭함과 쫄깃함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낸다. 성 대표가 개발한 ‘소시지 츄러스’는 이마트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최한 ‘2016 전통시장 우수 상품 페어’에 선보였다.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도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자 시장을 알리는 홍보 효과도 컸다. 백화점에서 추로스를 맛본 뒤 다시 먹기 위해 시장에 오는 손님들도 생겼다. 주부 이근화 씨(38)는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이들에게 먹일 추로스를 사러 일부러 시장에 들렀다. 백화점에선 더 비싼 가격에 판다던데 시장에선 싸게 사먹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몸에 좋은 울금을 넣은 점도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깨비시장에 가면 추로스 외에 물회, 순대, 족발, 수제비, 떡 등 울금을 넣은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울금 특화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시장 상인들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몸에 좋은 울금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소개에 시장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 
○ ‘울금 특화’로 부활을 꿈꾼다

 도깨비시장은 1980년대 초반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점을 열면서 형성됐다. 주로 상인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팔았다. 구청의 불법 노점 단속반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해 ‘도깨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질 좋은 농산물을 싸게 팔다 보니 물건을 내놓자마자 다 팔아서 늦게 가면 시장이 사라진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한때 물건이 없어서 못 팔 만큼 장사가 잘됐지만 상권의 변화를 거스를 순 없었다. 2000년대 들어 근처에 마트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 주변 4km 내에 대기업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가 4곳이나 있다. 쇠락해 가는 시장을 보면서 상인들은 재도약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에 지원한 이유다.

 상인들은 고민 끝에 울금을 시장의 특화상품으로 정했다. 채소, 과일 등 1차 상품 위주의 시장에 몸에 좋은 울금의 이미지를 더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봤다. 현지 지인의 소개로 울금으로 유명한 전남 진도군과 협약을 맺고 최상급 진도 울금을 공급받기로 했다. 시장 내 협동조합을 설립해 울금가루, 환, 조미료 등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 친근한 서비스로 신세대 공략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깨비시장은 ‘홍보’와 ‘친절’에 집중했다. 상인들의 제안으로 홍보업체를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만들었다. 신선, 위생, 사랑, 정(情) 등 시장이 추구하는 가치를 형상화한 6가지 도깨비 캐릭터도 만들었다.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취지다.

 이곳 상인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상인대학에서 교육도 받는다. 친절한 고객 응대 등 서비스 교육이다. 시장이 살아나려면 상인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감창희 도깨비시장 상인회장(47)은 “아무래도 시장에선 조금 거칠게 장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교육을 통해 상인들이 친절해지니까 손님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덕분에 손님이 꽤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도깨비시장은 이달 열린 ‘2016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상인들은 더 많은 사람이 시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인근 도봉산 등산로 입구 바닥에 안내 표지를 그릴 계획이다. 도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노후 아케이드를 바꾸는 등 시설 현대화 작업도 추진한다.

 감 회장은 “안동 하면 간고등어가 바로 떠오르듯이, 방학동 도깨비시장 하면 바로 울금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울금#추로스#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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