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5G 성공의 열쇠, 개방과 협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통화와 더불어 수많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사람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진을 공유하며, 영화와 게임으로 여가도 즐긴다. 스마트폰은 마치 ‘만능상자’ 같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이 만능상자의 근본적인 힘은 통신 기술에서 나온다. 통신은 이 시대 과학기술의 총아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같은 미래 기술이 더해져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음성만으로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이러한 통신이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한다. 5G다. ‘5’번째 ‘G’eneration, 말 그대로 세대교체다. 이번에는 단순히 통신 속도만 빨라지는 게 아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통신 사업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미래에는 사진과 동영상 수준을 능가하는 엄청난 용량의 콘텐츠들이 실시간으로 전달될 것이다. 3차원(3D) 영상, 360도 가상·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의 영상은 물론이고 시각을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정보가 통신망을 타고 넘나들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해법도 필요하다. 기존의 복잡하고 폐쇄적인 통신망을 좀 더 간단하고 유연한 망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통신 사업자들은 ‘가상화, 소프트웨어화, 클라우드화’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설정하고 통신망 혁신을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버라이즌과 AT&T,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등 각국의 주요 통신사들은 자사의 망 진화 비전과 방안을 공개하며 이런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다.

 5G에 대한 고민은 통신 사업자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SNS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 혁신을 위해 글로벌 연합 프로젝트인 ‘TIP(Telecom Infra Project·통신 인프라 프로젝트)’와 ‘OCP(Open Compute Project·개방형 연산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통신사, 장비업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함께 모여 개방과 협력을 외치고 있다. 이제는 다양한 영역의 업체들 간 입장을 조율하고 합의하고, 개방과 협업을 통해 기술을 공유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단순 기술 개발보다 더 중요해졌다. 서로의 역량을 집결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미래 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 이른바 ‘통신 연합군’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럼 이제 통신 기술 개발 경쟁이 줄어들까. 그건 다른 문제다. 이제는 통신 연합군을 리드하는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드하는 업체는 자신에게 익숙하고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고 적용함으로써 관련 생태계에 해당 기술을 확산시킬 수 있고 시장 선점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즉, 시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리드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한국은 세계에서 최고의 통신 품질을 자랑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다. 국내 통신사가 통신 기술 리더십을 인정받아 여러 통신 연합군의 의장사에도 선임되는 등 세계 시장에서의 활약이 적지 않다.

 2020년은 5G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라면 5G 시대 개막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5g#스마트폰#소셜네트워크서비스#통신#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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