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 ‘변동 대출’ 증가… 적금-보험 해지 다시 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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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변동금리 대출로 영업 확대, ‘고정’ 비중 48.6%… 한달새 7.2%P↓
신규 고정금리 대출도 두달째 감소… 연말 美금리 인상 앞두고 가계 비상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바닥을 찍고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변동금리를 이용하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가계빚 부담에 적금을 깨는 서민이 크게 늘어 가계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은행권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8.6%로 전달(55.8%)보다 7.2%포인트 줄었다. 은행권의 고정금리 신규 대출 비중은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 6개월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8월 34.7%에서 9월 34.6%로 0.1%포인트 감소했다. 고정금리 대출 잔액 비중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나머지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같은 수신금리와 시장금리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했다.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내 금리가 꿈틀대자 시중은행이 변동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영업을 확대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 금융당국이 제시한 고정금리 대출 목표치를 채운 은행들이 다시 변동금리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금리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9월 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가 연 3.03%로 6개월 만에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0%로 두 달째 상승했다. 10월 들어서는 연 2%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변동금리-거치식’ 대출 대신 ‘고정금리-분할상환’ 중심의 대출 관행이 정착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고정금리 대출이 다시 줄면서 이런 평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침체 여파로 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는 서민도 다시 늘고 있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등 주요 은행 6곳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전체 적금 해지 건수 573만8000건 가운데 만기가 되기 전에 중도 해지한 적금은 259만2000건으로 45.2%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4년 44.5%에서 지난해 42.6%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 다시 늘었다.

 중도에 해지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보험을 깨는 이들도 늘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25개 생명보험사와 16개 손해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14조73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00억 원 늘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전체 보험 해지 환급금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소득이 정체되면서 미래를 대비한 자금인 적금 등을 해지해 미리 당겨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가계경제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
#고정금리#변동금리#가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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