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혁명? 고령층엔 ‘딴나라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일 03시 00분


격차 커지는 ‘핀테크 디바이드’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65·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은행 업무는 영업점을 찾아가 해결한다. 스마트폰 조작이 서툴러 모바일 금융거래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몇 달 전 집 근처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아, 걸어서 20분 이상 걸리는 다른 영업점을 찾아간 적도 있다. 김 씨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 예·적금 우대금리나 수수료 우대 혜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방법을 모르니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조작 방법을 언제 배워서 쓰겠느냐”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계좌 개설부터 투자, 자산 관리까지 가능한 ‘핀테크 혁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김 씨 같은 60대 이상 고령 인구에겐 먼 세상 이야기다.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권이 앞다퉈 모바일 강화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고령층은 이로 인한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가 발달할수록 세대별 금융 활용 격차가 벌어지는 ‘핀테크 디바이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갈수록 늘어나는 모바일 금융 혜택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신규 취급액)는 1.42%이지만 모바일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1%대 후반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 많다.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인 ‘금융상품다모아’에서 1년 만기 예금을 검색하면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 중 상당수가 모바일 전용 상품이다.

 부산은행의 ‘마이썸’은 우대금리를 통해 최고 2.20%의 금리를 준다. KB국민은행의 ‘KB스마트★폰예금’과 신한은행의 ‘신한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은 각각 최고 1.80%, 1.71%의 금리를 제공한다. 적금도 모바일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2%대 초중반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 많다.

 은행들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모바일 전용 플랫폼도 줄줄이 선보였다. 이를 통해 거래하면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환전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고령층은 이 같은 혜택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지난해 말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가입자 6479만 명 가운데 60대 이상의 비중은 5.7%에 불과했다.
○ 개인 간 거래(P2P) 투자에서도 소외

 중금리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는 P2P 거래도 고령층에게는 낯선 일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지 못해 신기술을 이용한 투자 방식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1일 현재 렌딧, 테라펀딩, 8퍼센트 등 주요 P2P 회사의 누적 투자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1.7∼3.1%에 그쳤다.

 올 6월 P2P 투자를 시작한 정모 씨(64·경기 용인시)는 “설명을 들어도 원리가 복잡해 매번 P2P 회사에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저금리 시대에 은퇴 자산을 굴려야 하는 노인들에게 좋은 P2P 투자처가 있어도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P2P를 이용한 중금리 대출 혜택도 마찬가지다. 렌딧과 8퍼센트를 통해 대출을 받은 60대 이상 대출자의 비중은 각각 0.5%와 1.8%였다. 고령층의 관심이 많은 부동산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P2P 업체인 테라펀딩의 60대 이상 대출자 비중은 15.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 “고령층 문턱 낮추려는 노력 병행돼야”

 
핀테크의 발달로 은행 영업점이 줄어들어 고령층은 기존 은행 업무를 보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영업점 수는 올 6월 말 현재 4570개로 1년 만에 127개 줄었다.

 전문가들은 핀테크 디바이드를 해소할 다양한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공인인증 절차 등 핀테크 접근을 복잡하게 만드는 각종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안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령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의 ‘큰 글 송금 서비스’나 P2P 업체의 맞춤형 투자설명서 등 금융사들이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고령자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핀테크라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고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핀테크#공인인증서#p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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