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삿포로(札幌)의 ‘삿포로팩토리’는 과거 삿포로 맥주 공장을 쇼핑몰로 꾸민 뒤 반드시 찾아야 할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히 상점을 들이기보다 지역 청년창업자를 유치해 색다른 공방, 의상실 등이 들어서며 보고 즐길 콘텐츠를 갖춘 문화공간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원주중앙시장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이곳은 반세기 이상 강원 원주시 원도심의 대표 랜드마크. 하지만 1950년대 자연스레 형성돼 1970년 갖춘 지금의 2층 상가건물의 노후화와 1992년 화재 이후 방치돼 우범지역이 된 2층, 재건축 무산이 겹치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곳이 됐다. 곽태길 번영회장(56)은 “1980년대 이후 변화하던 유통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상인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쓰레기로 가득해 폐허를 방불케 했던 2층에서는 청년창업자들의 꿈이 피어나고 입소문을 듣고 찾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다. 4개 건물이 미로처럼 이어져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구조는 애칭 ‘미로시장’을 브랜드화해 마치 보물을 찾듯 시장 곳곳을 누비는 재미를 더하게 했다.
이선형 원주중앙시장 청년몰조성사업단장(46)은 “2013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번영회가 열었던 벼룩시장을 찾은 젊은 고객을 보고 가능성이 느껴졌다. 이듬해 3개 청년창업팀이 자리를 잡았고 지난해에는 20개가 넘게 시장에 들어와 활기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올해 청년몰 조성사업 등에 선정된 덕분이다.
곽 회장은 “전통시장이 살아나려면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 집중하기보다 문화를 팔아야 한다. 미국 뉴욕의 첼시 마켓처럼 모든 상인이 안정적으로 자립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젊은 감각의 공방, 카페, 음식점 등이 들어서고 손님들이 모이며 활기가 도는 지금의 구조를 발판삼아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도자기 굽는 기술로 반려동물 유골함 등 관련 시장을 노리는 ‘도그자기’, 스스로 웨딩드레스를 만들 수 있는 ‘유니코드’, 호러 콘셉트의 음식점 ‘63구역’처럼 원주중앙시장에서는 색다른 감각을 가진 청년창업자들의 꿈이 자라고 있다. 한때 상인들조차 가기를 꺼리던 2층에는 어느덧 50여 개의 새 점포가 들어섰고 내년에도 20여 개 점포가 더 들어올 계획이다.
이 단장은 “지금은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자리 잡는 창업의 새 물결을 기존 상인과 함께 공동체로 키워 에너지가 넘치는 시장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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