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긴박한 선택의 순간, ‘동료효과’에 주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양 떼나 물고기 무리가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마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서로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전체 무리가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이 같은 군집행동은 동물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재무분석가들은 기업들의 미래 순이익을 예측할 때 예측 능력이 뛰어난 업계 내 동료의 예측치와 비슷한 추정치를 발표하는 성향을 보인다. 주식시장에도 동료효과(Peer Effect)라는 모방행위가 존재한다. 주변 투자자들의 투자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 어렵게 투자를 결정해 놓고도 다른 투자자들의 매도 소식에 결정을 뒤엎는 것은 합리적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런던정경대 연구팀은 이탈리아 트렌토대 학생 133명을 대상으로 젊은 투자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동료효과를 짚어봤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을 표적(Target) 그룹과 옵서버(Observer) 그룹으로 나눴다. 먼저 표적 그룹에 속한 학생들에게 5가지 위험한 투자종목과 1가지 불확실한 투자종목에 대해 투자 결정을 하게 했다. 위험한 투자종목은 성공과 실패 확률이 알려진 종목들이고, 불확실한 투자종목은 확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옵서버 그룹은 표적 그룹이 투자 결정을 한 뒤 이들이 선택한 투자종목에 대한 정보를 인지한 채로 투자하도록 했다.

 결과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약 50%의 참가자가 자신과 동료 집단의 투자종목 선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았을 때 자신의 선택을 버리고 동료집단의 선택을 따라가는 모방행위를 보였다. 특히 투자종목의 미래 수익률을 추정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에서 모방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다수의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투자에 따르는 후회나 상처를 잊게 해준다. 동료현상은 우리가 서로 어울려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긍정적 효과는 적절히 이용하고 부정적 효과는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 행태를 요약한 빅데이터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는 위험하다. 빠른 시간 내에 선택을 해야 할 경우, 타인의 결정에 의존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주의해야 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경영의 지혜#경영#리더#동료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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