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 번째 차량이자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다. 얌전하고 고급스러운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더 젊고 스포티한 성능을 앞세워 더 넓은 마니아층을 흡수해야 하는 전략 모델인 셈이다. 기존 제네시스의 주요 타깃이 대기업 임원이라면 G80 스포츠는 성공한 젊은 개인 고객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럭셔리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이 갖춰야할 차별화 요소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까지 왕복 100km의 구간을 시승하며 장단점을 살펴봤다.
● 성능은 충분히 만족, 브랜드 독창성 더 키워야
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가격은 6650만원, 여기에 풀옵션을 더하면 7700만원이다. 가격부터 얘기하는 이유는 대중차가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벤츠 E클래스는 물론 아우디 A7, BMW 5시리즈의 가격과 비슷하다.
370마력의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스포츠 모델이라는 점에서 비교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7700만원을 주고 타고 싶은 차가 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시승을 시작했다.
매쉬 타입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한 전면부와 시퀀셜 방향지시등을 적용한 사이드라인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제네시스가 G80 스포츠를 디자인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우아함과 역동성을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 훈련된 경주마, 남성적이며 우아한 근육질 디자인이 돋보인다. 가만히 서 있어도 파워풀한 주행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재킷과 레이싱 수트 어느 쪽을 입어도 어울릴만한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다소 아쉽다. 스포츠 모델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차별화 요소들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리얼카본과 알루미늄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사용한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가 어우러지지 않는다. G80 스포츠만의 독창적인 아이덴티티와 더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쁘지는 않지만 외관만큼 강렬한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시승 코스에 자유로 주행이 포함되어 있어 추월 가속과 발진 가속감은 어느 정도 테스트해 볼 수 있었는데 주행 성능은 일반 도로에서는 차고 넘칠 만큼 훌륭하다. G80 스포츠는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0kgfㆍm의 성능을 발휘하는 가솔린 람다 V6 3.3 트윈 터보 직분사(GDi)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1300rpm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데 터보렉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저·중·고속 영역을 가리지 않고 시원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숙성, 안전감, 펀치력 등 일반 도로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경쟁 모델과 비교해 뒤질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고속 코너링과 급브레이킹 등 G80 스포츠의 전반적인 운동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서킷 주행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일반 도로 주행만으로 시승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차량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종 옵션과 편의 장치는 기존 G80에 적용된 사양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부족함이 없다. 약간의 스포츠 주행을 포함한 100km 구간 왕복 주행에서 실 연비는 8.4km/L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