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부산시가 등록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공인엑스포에는 5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종합박람회인 등록엑스포가 있고 그 사이에 한 번씩 열리는 인정엑스포가 있다. 한국에서 과거 열린 대전과 여수 엑스포는 인정엑스포다. 지인은 2015년 밀라노 엑스포를 경험했던 나에게 엑스포를 주최하는 것이 과연 득이 될지를 물었다.
등록엑스포였던 과거 밀라노 엑스포와 상하이(上海) 엑스포의 사례를 본다면 득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필자가 지휘한 연구팀의 경제 분석에 따르면 밀라노 엑스포는 지금까지 60억 유로(약 7조6274억 원)에 이르는 국민총생산(GDP) 기여 효과가 있었다. 밀라노 엑스포의 수입은 18억 유로로 행사 기획 및 진행 순비용을 빼고 최종적으로 4억 유로의 흑자를 남겼다. 또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자리 10만9000개를 창출해 고용에도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 수년간 13만33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즉 밀라노 엑스포는 유치 초기에는 성공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경제적 소득을 이룬 것이다.
상하이 엑스포 또한 마찬가지다. 상하이 시에 따르면 중국은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1억5700만 달러 이상의 이익을 봤고, 소매판매지수도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고 한다. 상하이 시는 또 해외 관광객이 전년 대비 74% 이상 증가하는 등의 경제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상하이 엑스포가 끝난 후 역대 엑스포 박물관을 조성해 또 다른 관광 수입원을 창출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엑스포가 다른 국제적 행사에 비해 큰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투자 비용이 다른 국제 행사보다 적게 든다는 것이다. 등록엑스포의 경우 특별한 몇몇 시설을 제외하고는 개최국이 부지만 제공하고, 나머지 시설은 참가국이 직접 전시관을 짓고 끝난 후 자진 철거하게 되어 있다. 이는 개최 일정에 따라 국제 규격에 맞춰 시설을 짓고, 사후 관리 인력 인건비, 시설 유지보수비 등의 부담이 따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확연히 달라 투자 대비 경제적 효과가 높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흔히 ‘엑스포의 유산’으로 표현되는 장기적인 경제 효과에 있다. 엑스포는 괄목할 만한 장기 성과를 낳는 이벤트다.
과거의 엑스포는 주로 기념물이나 인프라 건설 등 유형의 유산을 남겼다.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크리스털 팰리스, 세비야의 카르투하 섬 테마파크, 제노바의 아쿠아리움에 이르기까지, 엑스포는 각 도시에 가치를 더하고 국제적 입지를 강화시키는 등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유산을 남겼다.
엑스포의 유형적 유산은 비단 도심 및 인프라 개발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국내 및 해외 관광객의 관광 선호도를 높이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국제 무역에 기여하며 부동산 가치를 증대시켰다. 오늘날 엑스포의 유산은 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 주최 도시 및 주최국의 국제 관계 개선 등 무형의 가치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부산은 밀라노와 마찬가지로 상업, 금융, 산업 관계, 패션, 관광의 아시아 허브다. 엑스포를 주최하여 성공으로 이끌 모든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부산이 2030년 엑스포를 개최한다면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한민국과 부산시가 국제무대에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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