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현시장을 찾아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8번 출구에서 진양프라자 왼쪽 길을 따라 60m쯤 올라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인현시장’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아래로 폭 2m가량의 좁은 골목이 길게 이어졌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음식점에서 피어나는 냄새가 코를 사로잡았다. 1967년 이곳에 자리 잡은 시장은 오래된 먹자골목 같은 느낌이었다.
약 230m 길이인 인현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점포는 총 110곳. 따뜻한 봄꽃, 래빗온, 바스타드 키드, 서울-털보, 청춘강정, MK리더워크 등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상점 6곳이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중구청 등의 지원으로 올해 6월 입주한 청년 상인들이다. 이들은 드라이플라워, 은세공, 가죽공예 등 손수 만든 공예품이나 닭강정, 카레 등 먹을거리로 젊은이들의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충무로는 근처에 동국대가 있고, 회사 사무실이 많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남산, 명동과 가까워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하루 유동인구가 약 52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현시장은 점심, 저녁 때 직장인들이 찾는 맛집 골목으로 쇠퇴한 지 오래다.
1980년대 충무로 인쇄소 골목이 형성되면서 시장도 같이 번영을 누렸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변했다. 도심 공동화(空洞化)로 인근 주거지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끊겼다. 채소 과일 생선 등 1차 상품을 주로 팔던 시장은 현재 절반 이상이 식당으로 바뀌었다.
시장 상인들이 청년 상점을 유치하기로 마음먹은 건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김기성 인현시장 상인회장(57)은 “청년 상점이 있으면 인근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우리 시장 상인 대부분이 50대 이상인데 젊은 상인들이 오가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현시장에 둥지를 튼 청년 상인들은 점포마다 색다른 매력으로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청년상점 4곳이 함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도움으로 ‘인현시장 플리마켓’을 처음 열었다. 밴드를 초청해 공연을 하고, 이곳 청년상점과 외부의 상인들이 만든 수공예품도 파는 일종의 문화복합행사였다. 인현시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취지였다.
이곳 청년 상인들은 내년 2월 지원이 끝나면 자력으로 생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과 청년 상인들이 상생하기 위해선 플리마켓처럼 다양한 홍보활동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힘이 부족하다. 이재원 인현시장 청년상인 대표(27·여·청춘강정 대표)는 “단기간 임차료 등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에 청년 상인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더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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