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이어 안팎으로 겹겹 악재… 재계 패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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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태풍]

 “매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경영계획을 세우는 게 어렵다고 해왔지만 올해는 ‘최순실 쇼크’에 미국 대선 결과마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수준이다.”(10대 그룹 관계자)

 재계가 예상치 못했던 국내외 쇼크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기업으로 향하면서 위기의 터널로 접어들었는데 극단적인 자국 이기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출현으로 출구까지 막힌 모양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과 그에 상응하는 연말 인사 또한 줄줄이 밀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보통 11월 말까지 경영계획 초안을 확정한 뒤 12월 첫 주 사장단 인사에 맞춰 신임 사장들에게 이를 보고해 왔다. 올해는 등기이사에 처음 선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직접 인사의 큰 틀을 짤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삼성전자와 승마협회가 연루되면서 모든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 8년 만에 미래전략실이 압수수색까지 당한 상황이라 올해 안에 이 부회장 체제를 완성 지으려는 계획이 사실상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잇따른 품질 논란과 사상 최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노조 파업으로 흔들렸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현대 수장과 국내영업본부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위기 돌파에 시동을 걸어 왔다. 지난달 25일에는 그룹 전체 임원 1000여 명의 급여를 10%씩 삭감키로 하면서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자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혀온 데다 ‘트럼프 쇼크’에 따른 시장 침체가 불 보듯 뻔해 ‘반등’을 노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달 최태원 회장 주도로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재도약을 선언한 SK그룹도 좌불안석이다. SK그룹 주요 임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 또한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 많은 공장을 둔 대기업보다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 정부도 트럼프 당선이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기자
#최순실#미국 우선주의#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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