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짜리 ‘트럼프 쇼크’… 亞증시, 親시장 기대감에 반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아시아 증시를 짓눌렀던 ‘트럼프 충격’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트럼프 수혜 주로 꼽히는 제약업종과 건설 관련 업종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수락 연설이 나온 이후 친(親)시장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쉽사리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가 구체화되기까지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금융시장을 괴롭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아시아 증시 동반 급등… 환율도 안정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4.22포인트(2.26%) 오른 2,002.6으로 장을 마치며 하루 만에 2,000 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지수도 23.49포인트(3.92%) 급등한 623.23으로 마감해 전일 하락 폭의 대부분을 만회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7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 기관과 함께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트럼프 수혜 주의 상승이 눈에 띄었다. ‘오바마 케어’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제약업종 지수는 9.21% 상승했다.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한 데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14.8% 급등하는 등 두산그룹 주가 동반 강세였다. 반면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현대차(―3.73%)와 기아차(―4.39%), 현대모비스(―5.88%)는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강세를 이어 갔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6.72% 급등한 1만7344.42엔에 장을 마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홍콩과 중국 증시도 1.5∼2% 안팎 상승했다.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승리로 충격을 받았던 외환시장도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5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돼 전일 요동쳤던 달러-엔 환율도 이날 아시아외환시장에서 105엔대에 거래되는 등 안정을 되찾았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당선 수락 연설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안정과 화합을 강조했다”라며 “트럼프의 시장 친화적인 발언도 위험 자산인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9일(현지 시간) 장 초반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미 증시도 실제 트럼프의 발언 이후 안정을 되찾고 1.5% 이상 상승했다. 전날 유럽 주요국 증시도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 ‘트럼프노믹스 시대’ 불안·기대 공존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에 저금리 정책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시에 달러 약세를 통한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 왔다. 이 같은 트럼프의 공약들을 정책화되는 과정에서 신흥국을 비롯한 국내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모든 국가를 공평하게 대하겠다고는 했지만 실제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라고 걱정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는 수출 중심국인 한국 경제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의 당선을 미국 공화당의 집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의 무리한 공약은 공화당 내부의 검증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미 연방준비제도와 불협화음을 내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는 있겠으나 이 과정을 거쳐 글로벌 경제가 안정을 찾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2000년 이후 4차례의 미국 대선(2016년 제외)에서 선거 6개월 뒤 코스피가 평균 10.09%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정책에 주목하고 유망 종목을 발굴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시 “트럼프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와 친시장 정책 등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정연 pressA@donga.com·황성호·정임수 기자
#트럼프 쇼크#미국#대선#증시#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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