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1∼3월)부터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한 ‘공매도 과열 종목’은 다음 날 하루 공매도가 금지된다. 또 앞으로 유상증자 과정에서 공매도를 한 투자자는 해당 종목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공매도 및 공시 제도 개선 방안’을 10일 발표했다.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와 현대상선의 공매도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비판이 나오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내년 초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가 도입된다. 매일 장이 끝난 뒤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거래 비중과 주가 하락률 등을 감안해 공매도 과열 종목을 지정한다. 이 종목은 다음 날 하루 공매도가 금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6거래일 중 1개 종목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게 된다”라며 “공매도가 금지된 하루 동안 주주들이 기업 가치를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 해당 종목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또 유상증자 과정에서 공매도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은 해당 종목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내년 1분기에 발의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떨어뜨리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손쉽게 차익을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6월 현대상선이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자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빌려 공매도하고 할인된 유상증자 기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되갚아 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같은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에 대해 공매도를 주요 투자 기법으로 쓰는 헤지펀드업계는 정당한 공매도까지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불성실 공시 논란에 대한 대책도 나온다. 올해 4분기(10∼12월) 중 공시제도도 강화된다. 공시 사항을 정정 공시하는 기한이 현행 ‘다음 날 오후 6시’에서 ‘당일 오후 6시’로 앞당겨진다.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장이 끝난 뒤 공시 사유가 발생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20분까지 공시해야 한다.
9월 29일 한미약품은 오후 7시 7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기술 수출 계약 파기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튿날인 30일 오전 9시 29분에 늑장 공시를 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공매도 세력이 미리 이 정보를 입수하고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오전 7시 20분까지는 공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술 이전·도입·제휴 계약’ 및 ‘특허권 취득·양수·양도’와 관련한 중요 사항은 의무 공시 사항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자율 공시 사항이어서 다음 날 공시를 해도 됐지만 앞으로는 당일 공시가 의무화된다. 공시 위반 최대 제재금도 현재의 5배(유가증권시장 10억 원, 코스닥 5억 원)로 늘어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