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노사 고통분담’ 단서 달아… “부채비율 7000%→ 900%로 줄어”
25일 임시주총전 노조확약서 안내면 자금 지원 중단 등 정상화 재검토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10일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 자본 확충 규모를 2조8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노사가 고통분담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건도 달았다.
노조가 이 같은 채권단의 요구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 자본 확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은 대우조선 임시 주주총회 전까지 노조 동의가 없으면 정상화 작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 보유 주식 감자 후 추가 자본 확충
산은과 수은은 이날 노사의 강도 높은 고통 분담을 전제로 2조80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의 대규모 손실로 올 상반기(1∼6월) 4582억 원의 자본이 잠식되는 등 상장 폐지 위험에 직면하자 추가 자본 확충을 결정한 것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은은 우선 정상화 작업을 벌이기 전부터 보유해온 대우조선 주식 약 6000만 주를 무상 소각하기로 했다. 나머지 주식은 완전 자본잠식에 따른 결손금 보전을 위해 10 대 1 비율로 무상 감자를 하기로 했다.
이후 산은은 출자 전환 방식으로 1조8000억 원을 대우조선에 확충해줄 계획이다. 최대 채권자인 수은은 대우조선이 발행하는 영구채 1조 원어치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동참하기로 했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갚는 채권으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당초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2조 원을 자본 확충해주기로 했다. 이번에 그 규모를 2조8000억 원으로 늘렸다. 산은이 지난해 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한 4000억 원까지 더하면 전체 자본 확충 규모는 3조2000억 원이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계획대로 자본 확충 작업이 진행되면 대우조선의 자기 자본은 약 1조6000억 원 규모로 늘어나고 7000%를 웃돌던 부채 비율은 900%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런 계획을 대우조선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한 뒤 25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 대우조선 노조 동의가 관건
채권단은 추가 자본 확충 계획을 내놓으면서 ‘노사 확약서 제출’을 선행 조건으로 내걸었다. ‘혈세 투입’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대우조선 노사가 회사 회생을 위해 벌이는 분사,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앞서 5조3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수주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이보다 강도를 높인 6조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련했다.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경남 거제시 사원아파트와 기숙사 등 5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 8건을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과 회사의 자구계획은 인력 감축 등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확약서 제출을 반대하고 있다.
만약 노조가 임시 주총 전까지 확약서 제출을 거부하면 대우조선의 자금 지원을 포함한 정상화 작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은 내년 4월 만기인 회사채 4400억 원 등을 마련하지 못해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노사 확약서 제출은 자본 확충 등 정상화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선행 조건”이라며 “확약서를 못 받는다면 신규 자금 지원 중단 등 정상화 작업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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