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뒤 5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한은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예상을 깬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산적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말 1257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급증세를 지속해 현재 13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7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만 28조5000억 원이 늘었다.
여기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내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외 불확실성도 커졌다. 현재 트럼프발(發) 금융시장 충격은 진정된 상태지만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커져 한은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금리 인상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양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은 금리를 내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한은이 이날 금통위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이 같은 대내외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한은은 "10월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강화, 미 대선 결과의 영향 등으로 장기 시장금리와 환율이 큰 폭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다"며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웃도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대내외 여건의 변화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며 지난달에 없었던 '더욱'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금통위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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