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공정거래와 청탁금지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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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부패를 해소하고 접대문화와 연고주의를 없애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선 법 적용 대상이 400만 명에 달해 실질적인 통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어디 첫술에 배부르랴. 일단 시행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차츰 보완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방향을 올바르게 정하고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한 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해서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얼핏 봐선 시장에서 기업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이 추구하는 부패 방지와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많은 기업이 규모가 큰 공공입찰을 낙찰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간의 담합을 통해 경쟁의 압력을 피하려 시도한다. 담합행위가 성공하려면 미리 예정가격 등 입찰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입찰 담당자에게 청탁하려는 등의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도 입찰정보 등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거나 그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형법 등 기존 법령에 위반되는 것이었다. 청탁금지법은 그런 청탁행위 자체를 부정청탁으로 금지할 뿐 아니라 제3자를 통하거나 제3자를 위해 하는 행위 등을 다각도로 금지해 이와 관련된 부패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입찰담합을 하려는 기업들이 예정가격을 알아내는 데 실패하면 담합이 성공하기 어려워진다. 그로 인해 얻는 이득도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입찰 분야에서 부정한 청탁이 사라지면 해당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의 왜곡도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부패 방지와 담합 방지를 통한 공정거래 확보라는 두 개의 과제는 서로 연결되고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이런 내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에서 공공 조달 분야에서의 담합과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논의 과정에서 회원국들은 입찰담합과 부패를 제거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공적 자금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입찰 참여 관련자들의 청렴서약서 작성,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 제한, 경쟁당국과 조달기관 간의 정보교류 및 협력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입찰과 관련한 청탁으로 부정하게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결과 공공지출이 증가하고 이는 납세자인 국민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를 해치는 입찰담합행위가 있으면 그 대가 역시 국민들이 치르게 된다. 우리 기업들이 시장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그 혜택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나아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에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수수의 관행이 점차 사라지면서 모든 영역에서 더욱 공정하고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청탁금지법#부정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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