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제일로에 자리한 성남중앙시장은 구시가지라 불리는 수정구 태평동 상권의 중심에 있다. 목 좋은 곳이지만 1970년에 지은 건물이 10년 전 대화재가 난 이후 올 9월 철거되고 현재 가건물에서 영업 중이다. 신근식 성남중앙시장 상인회 부회장(56)은 “예산만 확보된다면 늦어도 2020년에는 새 건물이 들어서 쾌적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남중앙시장에는 다른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제도가 있다. 상인이 소비자나 다른 상인과 분쟁이 생길 경우 해당 상인에게 상인회에서 3일 영업정지 조치를 하는 것이다. 영업 중 음주하는 상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더 좋은 쇼핑 환경을 원하는 시대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는 변화가 생겼다. 도입 초기 2년간 8건이었던 영업정지는 올해까지 이후 9년간 한 번도 없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장의 모습을 바꾼 경험이었다. 신 부회장은 “우리 시장은 가까이는 서울, 멀리서는 제주도와 일본, 중국에서도 손님이 오는 전통 있는 곳”이라며 “오랜 믿음에 반하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게 상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이 지속되려면 상인이 먼저 젊어져야 하는 법.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시장의 정문 격인 제일로 길가에 ‘청년몰’을 마련한 건 이 때문이다. 시장 건물 철거 후 자칫 시장 부지를 떠날 뻔했던 연희데코가 시장에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청년몰 덕분이다.
“청년몰은 젊은층에 ‘시장이야말로 장사하기에 매력적인 곳’이라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선배 상인들이 경험을 전하고 그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청년실업과 전통시장 침체를 모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남중앙시장의 마스코트가 된 연희데코처럼 선배 상인들의 실전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지원만 받는 게 아닌 자생력을 키우는 건 성남중앙시장이 꼽는 제1의 과제다. 지역상권을 넘어 해외에서도 관광지로 유명해진 일본 고베(神戶)의 모토마치(元町) 상점가는 중앙시장의 본보기다. 신 부회장도 상인회 일을 하며 모토마치만 9번을 찾았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정책적 지원과 상인들의 자구 노력, 소비자와의 교류에 관심이 많다.
“가령 채소를 팔아도 돈만 받고 끝내는 게 아니라 맛있는 요리법을 소비자에게 알려준다면 감동은 배가 될 겁니다. 겸손과 배려, 지혜에서 성남중앙시장의 미래를 찾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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