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우려에… 원자재-美채권금리 치솟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트럼프노믹스/한국경제 갈 길은]<5·끝> 저금리-저물가 시대 저무나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국채 금리와 원자재 가격, 미국 달러화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7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통화 가치 약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재정 확대 등의 여파로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간) 미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연 2.3%를 돌파한 끝에 연중 최고 수준인 연 2.2614%로 마감했다. 미 대선 직전 2%를 밑돌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국채 30년물 금리는 1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다.

 대표적 산업용 금속인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일주일간 8% 오르며 14일 t당 5553달러로 마감했다. 11일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t당 6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철광석 가격도 한 주간 23% 급등해 연중 최고인 t당 79달러로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와 1조 달러(약 1170조 원) 규모 인프라 투자 등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채권 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내년 말 2.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 기대감과 미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을 받아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몰리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는 미 대선 이후 6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신흥국 통화는 물론이고 엔화, 유로화 등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4일(현지 시간)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장중 100 선을 넘어서며 약 1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13, 14일(현지 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달러 강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9일부터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연속 40원 가까이 상승해(원화 가치는 하락) 14일 1170원 선을 돌파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15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1.635%까지 뛰어오르며 트럼프 당선 이후 0.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환 손실을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순매수 행진을 보이던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순매도로 돌아서 15일까지 1조8351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 속에 외국인 자금의 미국 유턴이 계속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급진적이고 과감한 내용이 많았던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행정부 출범 전까지 수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원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트의 공약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요소가 많다”며 “선제적 대응책을 세워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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