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중금리가 급등한 여파다. 시중은행은 16일 한 달에 한 차례 조정하는 주택대출 변동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10개월 만에 연 5%를 웃도는 고정금리 대출 상품도 등장했다.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13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출 최고 금리 5%대 진입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표적인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종전 2.70∼4.01%에서 이날 2.86∼4.17%로 0.16%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0.26%포인트 인상한 3.16∼4.46%로 조정했다. KEB하나, 우리은행은 0.06%포인트씩 올렸다. 전날 변동금리 주택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1.41%로 고시돼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금리를 일제히 올린 것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밀고 있는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는 더 빠르게 뛰고 있다. 대표적인 고정금리 상품인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연 2%대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KEB하나은행은 5년 혼합형 대출 금리를 지난달 말 3.07∼4.77%에서 이날 3.39∼5.09%로 올렸다. 최고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1월 이후 처음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2.94∼4.24%에서 3.22∼4.52%로 올려 최저 금리가 3%대에 진입했다. KB국민은행의 5년 혼합형 대출 금리는 현재 3.18∼4.48%로 올 들어 가장 높다.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여기에 최근 시장금리 상승까지 맞물려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다. 이달 초 1.7%를 밑돌던 국내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2.084%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경기 부양책의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까지 미친 것이다. ○ “2, 3년간 금리 상승 이어져”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돼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을 우려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김연주 KEB하나은행 PB부장은 “정책금리가 오르기 전에 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데 앞으로 2, 3년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10월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523조4000억 원)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 이자 부담은 연 1조3000억 원 이상 늘어난다.
대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고령층,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대출 연체나 파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한은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부동산·금융자산보다 빚이 많은 부실위험가구는 6만 가구 늘어난다.
대출을 받을 때도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김 부장은 “3년 내 상환을 목표로 하는 신규 대출자는 고정금리가 나을 수 있다. 5년 이상 천천히 갚을 계획이면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팀장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3년이 지나야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되고 갈아탈 때 원리금 상환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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