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뭘 입었는지, 어떤 스타일인지 눈으로 볼 수는 없죠. 그래서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루페 푸에르타 씨의 직함은 독특하다. 그는 영국 럭셔리 온라인 쇼핑몰 ‘네타포르테’의 우수고객(VIP) 클라이언트 릴레이션스 담당 글로벌 디렉터이다. 세계 최대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로 꼽히는 네타포르테의 우수고객 관리 담당으로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주요 고객을 만난다. 이들의 쇼핑을 돕는 글로벌 퍼스널 쇼핑팀도 이끌고 있다. 온라인 퍼스널 쇼핑 전문가인 셈이다. 9일 한국 고객을 보러 서울에 온 그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 온라인 퍼스널 쇼핑의 세계
“고객 얼굴도 못 보고, 옷장 속을 들여다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고객의 취향에 맞는 옷을 골라 주냐고요? 펜팔과 같아요. 채팅하고, 통화하고, e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게 되죠.”
푸에르타 디렉터는 2004년 네타포르테에 입사하기 전 영국 ‘해러즈’ 백화점에서도 퍼스널 쇼퍼로 일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아 이런 걸 좋아하겠구나’라며 현재 스타일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상대방도 속을 터놓고 얘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 온라인 퍼스널 쇼핑이란 개념은 아직 낯설다. 국내 온라인 쇼핑은 주로 낮은 가격, 빠른 배송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백화점의 VIP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 생겨난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들은 오프라인보다 진화한 글로벌 고객 관리에 주목해 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네타포르테의 퍼스널 쇼핑팀 인원은 3명뿐이었다. 지금은 20여 명으로 한국어를 하는 직원도 있다. 푸에르타 디렉터는 “극소수의 중요한 고객을 ‘EIP(Extremely Important Person·매우 중요한 사람)’로 선정해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EIP라는 최우수고객을 위한 행사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철저하게 그들만을 위해 진행한다. 전 세계에 있는 고객들에게 디자이너와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푸에르타 디렉터는 최근 고객 5명을 올해 9월에 열린 미국 뉴욕패션위크에 데려가 패션쇼의 무대 뒤, 백스테이지를 둘러보게도 했다. 그는 “우수고객들은 패션에 굉장히 관심이 높다”며 “이들이 패션쇼를 보고 내놓은 의견은 바이어에게도 곧바로 전달된다”라고 말했다. ○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사실 푸에르타 디렉터가 한국에 온 이유는 서울의 우수고객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날 네타포르테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레스토랑 ‘르꽁뜨와’에서 우수고객을 위한 ‘EIP 디너’를 열었다. 초대된 사람은 40명 내외. 누가 초대됐는지는 극비사항이다. 네타포르테 관계자는 “사적인 모임을 좋아하는 우수고객들과 패션계 인사들이 교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아시아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네타포르테는 2013년 홍콩에 ‘네타포르테 아시아퍼시픽’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푸에르타 디렉터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주요 도시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면서 “서울을 돌아보고 싶어서 비행 일정도 바꾸려 한다”며 웃었다.
쇼핑 전문가로서 그가 추천하는 트렌드는 ‘벨벳’이다.
그는 “벨벳이 다시 유행으로 돌아와 너무 기쁘다. 벨벳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구조가 잘 잡힌 벨벳 재킷이나 코트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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