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개막… 역대 최대 35개국 653개사 참가
부산 벡스코서 20일까지
‘거리의 상점들이 모두 셔터를 내린 컴컴한 밤, 비에 젖은 골목길에 한 남성이 양손에 검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공룡 모습을 한 괴물이 그의 앞길을 막아선다. 주춤하던 남성이 앞에 보이는 괴물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사방으로 피를 튀기며 괴물이 쓰러진다.’
이 남성이 있던 곳은 어두운 골목길이 아니라 부산 해운대구 APEC로 벡스코에 마련된 국내 게임사 ‘푸토엔터테인먼트’의 부스 안이었다. 그가 머리에 쓴 헤드마운트기어(HMD)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현실(VR)이다. 게임을 체험한 김양일 군(18)은 “몰입감이 높고 어지러움도 거의 없어 상용화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16’의 막이 올랐다. 이번 전시회는 17일부터 20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린다. 35개국 653개사가 2700여 개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B2B(기업 간 거래)관을 방문하기 위해 찾은 국내외 바이어도 2300여 명에 달한다. 참여사와 바이어 모두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다.
○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올해 지스타에서는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대거 마련됐다. VR특별관은 지스타조직위원회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가 함께 40개 부스 규모로 준비했다. 일반 관람객의 입장이 시작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SIEK의 ‘플레이스테이션 VR’를 체험하기 위한 방문객의 줄이 100m가 넘게 이어졌다. SIEK는 ‘화이트데이: 스완송’ 같은 호러물 위주로 11개 VR 게임을 선보였다.
VR를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 판매도 동시에 진행됐다. 플레이스테이션 VR 기기 구매를 위해 줄을 선 인파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이민선 씨(26)는 “부산 기장군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HMD와 컨트롤러를 합쳐 60만 원이 넘지만 꼭 사가겠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에 증강현실이 접목된 ‘혼합현실(MR)’ 게임도 방문객의 관심을 끌었다. MR는 가상현실에 현실 세계의 게이머가 겹쳐 등장하는 방식이다. 국내 게임사 소프톤에서 개발한 ‘다크에덴2’의 MR 버전을 선보인 푸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MR 방식의 게임은 3인칭 시점에서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넥슨은 ‘물량 공세’, 넷마블은 ‘대형 지식재산권(IP) 활용’으로 승부수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산업을 주도하는 대형 게임사들은 다양한 모바일 게임과 PC온라인 게임 신작을 공개됐다.
5년 만에 지스타 메인 스폰서로 참가한 넷마블은 대형 모바일 신작 3종을 선보였다. 그중 넷마블이 지스타에서 선보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제휴사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내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넷마블 관계자는 “리니지라는 인기 IP가 모바일 버전으로 처음 출시되는 것이라 게이머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넥슨은 400개가 넘는 부스를 차리며 규모를 과시했다. 선보인 신작도 지스타에서 역대 최다인 35종이나 된다. 넥슨의 신작은 자체 개발 신작 18종(모바일 16종, PC온라인 2종)과 퍼블리싱 신작 17종(모바일 12종, PC온라인 5종)이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게임 콘텐츠를 골라 제공하는 ‘카카오게임별’(가칭)과 PC 환경에서 모바일 게임을 찾고 실행할 수 있는 통합 게임포털 서비스 ‘별’(가칭)을 선보였다.
○ 대학생들에게는 해외 무대 진출의 발판
작지만 알찬 자체 개발 게임을 들고 온 대학생 부스도 있다. 졸업작품 전시회를 지스타에서 열거나 대학 당국의 지원을 받아 출품작을 선보인 경우다. 지스타가 게임을 개발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외 게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참가 대학 중 규모가 가장 큰 부스를 차린 동서대는 재작년부터 꾸준히 해외 바이어들의 스카우트 제의나 출시 제안을 받고 있다. 채일진 동서대 디지털콘텐츠학부 부교수는 “학생들의 출품작을 보고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하는 곳 중에는 싱가포르, 대만, 중국 국적 개발사가 많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