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첫 30조 넘는 근소세… 4년 증가폭, 법인세의 4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당초 전망치보다 1조2000억↑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올해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전체 근로자 수와 명목임금이 늘면서 세금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득세가 법인세, 부가가치세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올해 정부가 거둬들일 근로소득세 세수(稅收)가 30조4000억 원으로 정부 전망치(29조2000억 원)보다 1조2000억 원(4.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올 들어 8월까지 21조1000억 원의 근로소득세를 거뒀다. 최근 3년 동안의 세수진도율(1∼8월 기준 69.4%)을 감안하면 올해 근로소득세로 30조 원 이상이 걷힐 것이라는 게 기재위의 전망이다.

 근로소득세 징수액이 이처럼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예상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긴축경영과 원화 약세 및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했다. 이로 인해 올 1∼7월 이 회사들의 특별급여(3674억 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어난 것이 세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근로자들에게 추가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 특별급여액은 신규 채용자에게 주어지는 임금보다 세수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실업자가 취업에 성공해 연 3000만 원을 벌면 6∼15%의 세율이 적용된다. 연봉 2억 원인 대기업 임원이 보너스로 3000만 원을 더 받으면 최대 38%의 세율이 매겨진다.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더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세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실제로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하는 고소득자들은 세수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0년 28만 명이었던 연봉 1억 원 초과 근로자 수는 4년 새 87.9%나 증가해 2014년에는 5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소득세수에서 이들 고연봉자 세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4.0%에서 2014년 51.6%로 늘었다. 예산정책처는 “전체 근로자의 3%를 차지하는 연봉 1억 원 초과 고소득자가 근로소득세의 절반을 부담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예전보다 증가율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근로자가 꾸준히 늘어난 것도 세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근로소득자는 1669만 명으로 3년 전과 비교해 115만 명 증가했다.

 근로소득자가 받는 총급여 역시 437조8000억 원에서 533조7000억 원으로 95조9000억 원 늘었다. 취업자 증가 폭이 2개월 연속 20만 명대에 그치고 있지만 취업자 수 자체는 증가했다.

 다만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증가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인세수는 2012년 45조9000억 원에서 올해는 51조4000억 원으로 전망돼 4년간 1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50.5% 늘었다. 일각에서는 기업 순이익에서 떼는 법인세는 소득세보다 경기 민감도가 높아 경기가 부진하면 세수가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지적한다. 근로자 임금은 경기가 나쁘더라도 줄일 수 없지만 대기업 이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바뀔 수 있고, 그만큼 세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근로소득세#근소세#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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