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체결한 첫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12년 만에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칠레 정부와 개선 협상을 통해 냉장고 세탁기 등의 대(對)칠레 수출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하지만 칠레산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 국내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에서 칠레 에랄도 무뇨스 외교부 장관과 한-칠레 FTA 개선 협상을 시작했다. 주 장관은 제2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를 방문 중이다.
한-칠레 FTA는 2004년 발효 이후 양국 간 무역 규모가 4배 이상 늘어나는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칠레가 각각 다른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는 등 대외 경쟁 여건이 변하면서 FTA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협상을 통해 그동안 관세 철폐·인하 대상에서 빠졌던 냉장고와 세탁기 등 우리 측 수출 주력품목의 개방을 추진할 방침이다. 반면 칠레는 농산물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2002년 FTA를 체결할 당시 칠레산 농축산물 1432개 중 391개는 관세를 그대로 둔 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종료 후 개방 수준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DDA 협상이 표류하면서 칠레산 농축산물 협상 역시 진전되지 못했다.
칠레 측은 고추, 마늘, 양파 등 채소류를 비롯해 감귤, 수박, 보리, 옥수수 등 농산물과 쇠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수입 감소가 우려되는 국내 농가는 반발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칠레 측 관심 품목인 일부 농산물은 우리 측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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