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현재 국내 금융권이 대우조선해양에 물린 금액은 21조 원으로 1년 3개월 전보다 1조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의 위험노출액은 3조 원 이상 줄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대우조선 부실채무의 상당 부분을 떠안아 민간 금융권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 말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대우조선의 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9월 말까지 1년 3개월간 대우조선 지원의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20일 대우조선 채권단에 따르면 3분기(7∼9월) 기준 산은과 수은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015년 7월 10조7376억 원에서 올해 9월 15조384억 원으로 4조3008억 원 증가했다. 위험노출액은 대출과 지급보증신용장(LC), 선수금환급보증(RG), 파생상품 등을 통해 금융기관이 위험에 노출된 금액을 말한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과 외국계 은행, 제2금융권 등 민간 금융권의 위험노출액은 9조681억 원에서 5조9617억 원으로 3조1064억 원 감소했다. 시중은행권에서 1조2967억 원, 외국계 은행과 2금융권에서 4517억 원이 줄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을 통해 자금조달 시장의 위험노출액도 1조3580억 원 감소했다.
민간 금융회사의 위험노출액이 줄어든 것은 대우조선이 지난해 7월부터 총 66척의 선박을 인도해 이들 금융사가 발급해준 RG가 해소된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이 발급해준 RG는 7829억 원, 외국계 은행의 RG는 5698억 원 감소했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의 전면에 나서 민간 금융회사로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리스크가 과도해지면 금융경색이 다른 업종으로 전이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이 대우조선 부실을 떠안으면서 민간 금융회사의 부실이 국책은행으로 사실상 전이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을 통해 지난해 7월∼올해 9월 직간접적으로 18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완성된 선박을 인도해 받은 금액 8조9000억 원과 민간 금융권의 익스포저 감소액 3조1000억 원, 인건비와 상거래대금 지급을 통해 지역경제에 풀린 돈 9조5000억 원(거제대 산학협력단 분석 결과)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18일 산은이 이사회에서 대우조선에 1조8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단행하기로 결의하면서 대우조선은 급한 불을 껐다. 수은이 1조 원 규모의 영구채 매입을 마치면 연내 대우조선의 자기자본은 1조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부채비율도 900%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현재 대우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7000억∼8000억 원에 불과하다.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한 4조2000억 원 중 7000억 원만 남아 있는데 대우조선의 한 달 운영비만 약 8000억 원에 이른다. 앞으로 수주가 부진해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소난골 인도까지 지연되면 내년 4월 4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 시점에 또 한 번의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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