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 공급 적고 주거비 비싸
고시원 거주 등 포함땐 더 좁을 듯… “연령-소득수준별 맞춤정책 필요”
싱글인 회사원 조모 씨(32·여)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원룸형 오피스텔(전용면적 23m²)에 산다. 그는 올해 초 보증금 1억3000만 원을 주고 역세권에 있는 이 오피스텔을 전세로 얻었다. 조 씨는 “주방이 분리된 오피스텔을 찾았지만 매물이 많지 않고, 가격도 비쌌다”며 “공간이 좁다 보니 집에 오래 있으면 갇혀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의 1인 가구(이하 싱글족)가 사용하는 주거사용면적(이하 주거면적)이 선진국 싱글족의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용 주택 공급이 많지 않은 데다 비싼 주거비가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가구원수별 주거사용면적 차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 싱글족의 평균 주거면적은 48.6m²였다. 이는 2인 가구 주거면적(73.1m²)의 65% 남짓한 수준이다. 한국은 영국 미국 등과 비교해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주거면적 차가 상대적으로 컸다. 국토연에 따르면 2인 가구 대비 1인 가구 주거면적 비율이 영국은 78%. 미국은 79%였다.
싱글족의 주거면적도 선진국보다 적었다. 싱글족 가운데 29세 이하 청년 가구의 주거면적은 30.4m²에 불과했다. 이는 영국 청년 싱글족(63.2m²)의 절반을 밑도는 규모다. 천현숙 국토연 연구위원은 “한국 조사에는 고시원 같은 비주택 거주 39만 가구에 대한 자료가 빠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싱글족이 사용하는 주거면적은 더 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싱글족 주거면적이 선진국보다 적은 이유는 국내 주택 공급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 신규 공급되는 주택 중 40% 이상이 전용면적 60∼85m²로 지어지는 반면에 60m² 이하 소형 주택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60∼85m² 규모 주택이 집중적으로 공급되는 원인으로 1973년 국민주택규모 기준(전용면적 85m² 이하)을 꼽는다. 천 연구위원은 “국민주택규모 기준에 맞춰 주택 정책이 짜이면서 주택 공급물량도 이런 규모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싱글족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소형 주택 공급물량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싱글족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소형 주택일수록 단위면적당 주거비 부담이 높은 것도 싱글족이 좁은 공간으로 내몰리게 하는 원인이다. 특히 싱글족 청년 가구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거면적을 줄이는 경향성을 보였다. 국토연에 따르면 1인 청년 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0.31로 30∼64세 1인 가구(0.18)보다 월등히 높다. 또 싱글족 청년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0.77년으로 1인 가구 전체 평균(6.3년)보다 짧았다.
전문가들은 싱글족 증가에 맞춰 국민주택규모를 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최저주거기준보다 한 단계 높은 주거복지 지표인 유도주거기준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여기에 면적기준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족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만큼 주거정책 역시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1인 가구도 다양해지는 만큼 연령이나 소득수준 등에 맞춰 다양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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